메밀은 모밀·메물이라고도 부르며 한자어로는 교맥(蕎麥)이라고 한다. 꽃은 7 ∼10월에 피며 보통 흰빛깔인데 때로는 담홍색을 띠기도 한다.
메밀은 한발이나 추위에 잘 견디면서 생육기간이 짧아서 흉년 때의 대작(代作)이나 기후·토양이 나쁜 산간 흉작지대의 응급작으로의 적응성이 크다. 영양가가 높으면서도 저장력이 강한 특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고 있는 메밀은 주로 여름에 심어 초가을에 수확하기 알맞은 가을메밀이다. 여름메밀은 7월 하순에서 8월 상순, 가을메밀은 10월에 수확한다.메밀은 단백질이 많아 영양가가 높고 독특한 맛이 있어 막국수·냉면·묵· 만두 등의 음식으로 널리 쓰인다. 특히 제주도에는 메밀가루로 만든 수제비 ‘ 메밀저베기 ’가 유명하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메밀이 강원도 평창군에서만 많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강원도 평창군 출신 소설가 가산 이효석( 可山 李孝石·1907 ∼1942)선생이 1936년에 발표한 단편소설 ‘모밀(메밀)꽃 필 무렵 ’이 하도 유명하기 때문이다.
“밤중을 지날 무렵인지 죽은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듯이 흐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의 걸음도 시원하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의 한 대목이다. 이효석의 소설로 더욱 유명해진 메밀꽃은 여주를 비롯 전국 각처에 단지를 이룬 곳이 많지만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일대 메밀꽃밭은 특히 더 아름답다. 소설 속의 허생원·조선달· 동이가 등장하는 봉평장터와 아닌 게 아니라 소금을 뿌린 듯한 메밀꽃밭, 허생원과 성서방네 처녀가 단 한번의 정사를 나눈 물레방앗간도 그대로 남아 있다.
평창군에서는 지난 8월31일부터 9월3일까지 제3회 효석문화제를 열어 이효석문학과 메밀꽃 향기를 기렸다. 경기도에서도 자연과 어우러진 문화제가 열린다면 오죽 좋으랴.아무튼 요즘 봉평에 가면 4만여평에 그윽히 핀 메밀꽃 꽃길 사이를 걸을 수 있다. 봉평장터나 이효석 생가에서 메밀전을 안주 삼아 메밀주도 마실 수 있다. 지금은 바야흐로 메밀꽃 피는
가을이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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