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은 국경일

1991년 경제적인 논리로 10월 9일 한글날을 국경일에서 기념일로 격하한 것은 당시 노태우 정부의 과오 중 과오다. 10월에 공휴일이 너무 많아 ‘ 국군의 날 ’과 ‘ 한글날 ’을 공휴일에서 빼버리자고 각의가 의결했으니 돌이켜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다. 민속명절 설날을 연휴로 실시하고 있으면 소위 신정연휴를 없애야 한다. 새해 첫날부터 일을 열심히 해도 시원찮은 판국에 왜 새해 첫날부터 놀고 먹는가.

식목일도 그렇다. 정상적으로 출근해서 나무를 심어야지, 왜 나무 몇 그루 심어 놓고 산으로 들로 놀러 다니는가. 식목일을 나무 심는 날로 여기는 국민보다는 봄철에‘ 하루 노는 날 ’로 즐기는 사람이 더 많을 게 분명하다.

내년 6월엔 지방선거가 실시될 것이다. 투표일도 임시 공휴일로 하지 말아야 한다. 중앙이건 지방이건 정치판도가 도무지 맘에 안드는 이유도 있지만 선거일을 임시공휴일로 정했기 때문에 투표보다 놀러갈 생각이 더 많아 투표율이 저조한 것이다.직장인들이 출근하고나서 잠시 틈을 내 투표해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

10월1일 ‘ 국군의 날 ’을 국경일에서 제외한 것도 마땅치 않다. 대한민국 국군 창건일을 대수롭지 않게 보다니, 6·25전쟁을 겪은, 국토가 남북으로 분단돼 있는 나라가 과거를 잊다니 기가 막힌다.

무엇보다도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그것도 국경일에서 제외한 것은 우리 민족을 스스로 비하시킨 부끄러운 처사다. 한글은 단순히 우리나라의 문자라는 데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 독창성이나 과학성으로 보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탁월한 문자이다. 혹자들은 걸핏하면 ‘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 ’니‘ 삼천리 금수강산 ’을 자랑하지만 우리보다 역사가 오랜 민족은 이 지구상에 얼마든지 있다. 경관 빼어난 곳이 한반도 삼천리 강산뿐만은 아니다. 한국만의 자랑이 있다면 바로 ‘ 한글 ’이다. 만일 한글이 없었다면 아마 중국이나 일본 어느 한 나라에 예속돼 있을 것이다. 실제로 과거의 역사가 그렇지 아니한가.

한글을 중요시하지 않는 사람은 한글을 사용할 자격도 없다. 한글 안 쓰고, 읽지 않고 하루인들 살수 있겠는가. 주 5일 근무제를 밀어붙이고 있는 김대중 정부가 한글날을 국경일로 다시 제정하는지 그대로 놔둘 것인지 눈여겨 보는 국민이 많다.

/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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