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을 방불케하는 고려 황궁, 화살이 비오듯이 교차되는 성벽 전쟁터, 전함이 전열한 해상의 장관 등, 이런 텔레비젼 드라마 촬영은 오픈세트에 의존한다. 촬영현장은 당연히 흥미를 끌기 마련이다. 텔레비젼 사극의 오픈세트 유치로 재미를 본 곳이 충북 제천시다.
지난 3월 ‘태조왕건’(KBS)의 해상세트가 충주호에 들어선 이후 평일 1천여명, 주말 3천여명의 관광객이 몰려든다고 한다. ‘태조왕건’의 메인세트가 세워진 경북 문경군 조령도립공원도 지난 6개월 동안에 연 2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그러나 다 재미를 보는 것은 아니다. ‘홍국영’(MBC)을 촬영하는 충북 충주시 살미면 재오개리 세트장엔 예상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평일 300명, 주말 1천500명선에 머문다고 한다. 해당 자치단체가 오픈세트 건립에 소요되는 경비의 상당액을 부담하기 때문에 관광수입이 그에 못미치면 되레 큰 손해를 본다. 사극의 오픈세트 유치를 덮어놓고 좋아할 것은 못된다. 충북 진천·옥천군은 최근 ‘상도’(MBC)의 오픈세트 건립제의를 거절한 것으로 보도됐다. 자치단체에 지원을 요구한 금액이 세트 조성비 20억원의 절반인 10억원에 이르러 관광수입 타산에 재정부담이 너무 많아 없었던 일로 했다는 것이다.
부천시가 상동 택지개발지구에 시대극 ‘야인시대’(SBS) 오픈세트 건립을 방송사측과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1930년대에서 1960년대까지의 서울 종로, 광화문, 명동, 청계천, 을지로 일원의 거리를 재현한다는 것이다. 연간 20억원의 입장객수입과 부대수입을 기대하는 모양이다. 물론 잘 되기를 바라지만 의문도 있다. 충북 제천, 경북 김천시와 치열한 경쟁끝에 유치했다고 한다. 얼마나 유치경쟁이 치열했는지 궁금하다. 이 과정에서 오픈세트 건립비 30억원 가운데 가당치 않게 많은 지원비를 떠맡지나 않았는지 확실한 내용을 알고싶다. 사극이 아닌 시대극의 오픈세트는 현대생활과 비슷한 점이 많아 호기심이 사극보다 덜하다. 이에 연간 입장객 수를 얼마나 예상하고 있는지도 밝힐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드라마의 인기도가 오픈세트 관광을 좌우한다.
부천시는 ‘야인시대’의 흥행성을 검토해 봤는지 묻는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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