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경논 보상제’는 안된다

이 정부는 그린벨트의 형해화로도 모자라서인지 폐답의 우려가 짙은 평당 1천700∼2천500원의 휴경논 현금 보상제를 검토한다고 한다. 평당 2천500원은 경작 인건비를 감안한 것으로 3천평을 휴경하면 750만원을 보상한다는 것이다. 자작농은 휴경농 보상에 별로 응할것 같지 않으나 문제는 논을 투자삼아 사둔 비영농 지주들에게 있다. 어떻든 휴경논 보상이 실시되면 이런 논은 거의 폐답이 될 것이다. 논밭은 한 두해만 가꾸지 않으면 폐허화돼 잡초만 무성해지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상당한 경작지가 해마다 대지 등으로 잠식되는 판에 폐답까지 유발하는게 과연 타당한지 신중한 사려가 요구된다.

휴경논 보상제는 쌀 재고량 및 생산량 조정방안의 일환인 것으로 안다. 쌀이 넘치도록 남아돌아 걱정인 것은 사실이다. 올 수확기가 끝나면 재고가 적정량의 두배인 1천만섬에 이를 전망이다. 보관료 및 금융비 등 재고 관리비가 해마다 1조원씩 늘어날 지경이다. 그러나 쌀이 남아 돈다하여 방심할 일은 아니다. 농림부는 식량 자급도를 55.6%로 잡고 있다. 곡물 자급도는 이보다 훨씬 낮은 29.7%에 머물고 있다. 쌀 의무 수입량은 갈수록 늘게된다.

오는 2004년 세계무역기구(WTO)와의 쌀 재협상, 중국의 WTO 가입 이후엔 쌀개방 압력이 더욱 드세질 것이다. 여기에 겹친 국내 쌀값의 국제경쟁력 취약 등 쌀 정책에 따른 정부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증산위주에서 품질위주 생산의 전환, 추곡매입제 폐지 대신 공공비축제 도입 등은 그같은 맥락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다. 농민의 소득하락 또한 보상하는 것이 옳다. 쌀은 지난해 농가 소득의 24%, 농업소득의 52%를 차지했다.

그러나 휴경논 보상제는 곤란하다. 앞서 밝힌 폐답 우려 말고도 불로소득은 사회기풍상 바람직 하지 않다. 논은 또 국민정서의 뿌리다. 정부가 앞장서 논을 놀리도록 권장하는 것은 결코 현명하다 할 수 없다. 정부는 전작도 아울러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 쌀대신 콩 등 다른 작물을 논에 경작토록 하는 전작 권장은 부득이 하다면 검토해볼만 하다. 쌀값과의 가격차이를 보상하는 것 역시 그렇다. 당장 쌀 재고량이 넘친다 하여 식량안보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세계는 기상이변 등 재해로 인한 곡물감소로 식량을 무기화하는 추세다. 보상제를 내건 휴경논 권장은 이 점에서도 당치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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