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보복 ‘속전’가능한가?

미국의 아프간 보복전쟁엔 몇가지 걱정되는 점이 있다. 유엔의 승인을 협조 조건으로 내건 파키스탄의 제시가 묵살될 경우 나중에 서방진영 외의 국제사회에서 족쇄로 작용할 수가 있다. 증거제시를 요구하는 아프간의 탈레반 주장도 부담이 안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CIA와 FBI를 총동원, 용의자를 십 수명이나 검거했지만 빈 라덴의 관련 사실은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범죄에는 증거제일주의를 자랑하는 미국이 국제범죄에는 심증과 정황증거만으로 잔혹한 전쟁을 일삼는 것은 초강대국의 패권주의로 보이기 쉽다.

더욱이 아프간에 대한 공격은 빈 라덴이기 보다는 이스람 말살책이라는 탈레반의 문화충돌 주장이 회교국가간에 영향을 미칠 경우엔 사태는 간단치 않다. 친미 일부 아랍국가들마저 일탈, 반미 감정이나 항전이 전 아랍국 권역으로 번질 것을 예상할 수가 있다. 여기에다 보복전쟁에 비교적 소극적으로 전환한 러시아와 중국이 평소의 미 패권주의에 탐탁지 않던 이해관계가 겹쳐 아랍권에 기운다면 3차대전으로 확전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물론 이는 우려되는 가상시나리오다. 하지만 최악의 사태악화가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다. 이를 방지해야 할 책임은 전쟁을 벌인 부시 미국대통령에게 있다. 워싱턴과 뉴욕의 테러 피습으로 잠정집계된 무고한 인명피해만도 5천500명이 넘고 이 가운데는 우리의 교민도 상당수가 있다. 마땅히 테러조직을 엄히 응징해야 하는 것이 부시의 입장이고, 또 그러한 미 국민정서의 여망으로 보복전쟁이 불가피한 것은 능히 이해한다.

그러나 보복전은 비전투원이 대상은 아니다. 만약에 아프간의 무고한 시민들을 대량 살상하는 보복전이 되면 미국 역시 비난을 면할 수 없다. 또하나 강조할 점이 있다. 보복전은 속전속결로 끝내야 한다는 사실이다. 무고한 아프간 시민을 무더기로 죽게 만들면서 질질 오래 끄는 전쟁이 되면 앞서 밝힌 여러가지 객관적 우려가 현실화 할 수 있다. 확전이 가능해진다.

현 미국대통령 아버지인 부시 대통령이 벌인 걸프전때도 이라크의 후세인을 없애기 위해 첨단무기를 총동원 하여 포화를 퍼부었으나 실패했다. 아들인 현 부시가 빈 라덴의 확실한 소재조차 잘 알지 못하면서 벌이는 전쟁이 오래 끌어 인류에 재앙을 가져오지 않을는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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