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도박 40억

국내 굴지의 골프장 재벌로 알려진 신안그룹 박순석회장의 수십억대 내기 골프사건이 일반 시민을 울분케 하고 있다. 특히 박회장이 신안그룹 계열회사들로부터 하도급을 받으려는 하청업자와 납품업자, 그리고 금융할인을 원하는 중소기업 등 경제적 약자를 상대로 거액의 내기 골프를 벌여 반강제적으로 돈을 갈취한 것은 공분을 금치 못할 일이다.

수원지검에 따르면 박회장은 신안그룹의 하청업자들과 ‘백두회’란 모임을 만들어 이들과 광주·안성의 자신소유 골프장에서 1주일에 두세 차례씩 1타에 1백만원대의 거액 내기 골프를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4월부터 내기 골프에서 오간 돈이 자그마치 40억원대에 이르러 엄청난 액수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 업자들이 내기 골프를 하면서 박회장에게 무조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씩 잃어주는 접대성 골프를 쳤다고 하니 대기업의 횡포와 하청업자들의 설움이 어떠했었나를 짐작케 한다. 신안그룹에 목매어 사업을 해야 하는 경제적 약자들을 내기 골프의 제물로 삼은 것은 기업인으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악랄한 수법이다.

더욱이 가증스럽고 파렴치한 것은 준비한 돈이 바닥난 업자들에게는 고리(高利)로 돈을 꿔주며 내기 골프를 계속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모자라 그는 자신의 골프장 사무실에 도박장을 개장, 한판에 2천만∼3천만원의 포커 도박을 알선한 뒤 2억여원의 개평을 뜯어 후안무치의 극치를 드러냈다. 박회장이 벌인 이같은 내기 골프는 말이 내기이지 강도행위나 다름없다. 또 하청업자들에게 포커판을 제공하고 억대의 ‘고리’를 뜯은 것도 마찬가지다.

순수 스포츠로서의 골프가 일반 대중에게 거부감과 위화감을 불러일으키는 까닭은 바로 이따위 변태적 악용이 성행하는 탓이다. 물 쓰듯 돈을 쓰는 것을 호기로 착각하며 때를 가리지 않고 여유만만하듯 골프장을 드나들며 내기 골프나 한다면 누구라도 곱게 보아줄 수 없을 것이다. 골프도박의 또다른 해악은 틈과 여유가 있으면 놀고 먹어도 좋다는 그릇된 인식을 자칫 확산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회사대표가 팔자 좋게 내기 골프나 하고 있는 사이 종사자들의 근로의욕이 점점 기울어질 것은 자명하다. 멀쩡한 스포츠를 도박판으로 탈바꿈 시키는 무절제와 탈선은 이제 골프인 스스로가 나서서 추방해야 한다. 특히 하청업자를 내기 골프에 끌어들여 갈취하는 따위의 대기업 횡포는 사회악 척결 차원에서 중벌로 다스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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