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 일대의 일부 식당에서 팔아온 소위‘부대찌개’가 미군부대 군인들이 먹다버린 쇠고기·소시지·돼지고기 등 음식물 쓰레기로 만든 ‘꿀꿀이죽’이었다니 실로 어이가 없다.
꿀꿀이죽이 무엇인가. 6·25전쟁 직후 먹을 것이 없어 미군들이 남긴 음식물을 모아 끓여 먹었던 치욕스러운 음식이다. 50여년 전의 그 꿀꿀이죽이 부대찌개라는 이름으로 시중 식당의 식탁에 버젓이 올랐었다니 분노에 앞서 자괴감을 금할 수 없다.
5년 전부터 미군들이 먹다 남긴 음식물 쓰레기를 식당관리 한국인이 따로 모았다가 음식물 중간도매상에게 넘겨주면 시중 식당에서 손님들에게 부대찌개 음식으로 팔아왔다니 구역질이 아니 나올 수 없다.
기가막힌 것은 중간도매상이 공급하는 부대찌개 재료가 미군부대에서 나온 먹다 남은 음식물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상재료의 반값에도 훨씬 못미치는 가격인데다가 이미 조리된 상태여서 양념이 적게 든다는 이유로 계속 납품을 받아왔다는 점이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식당업주들을 조사한 결과 미군부대 음식물 쓰레기 반출이 20여년 전부터 계속돼 온 것으로 드러났으며, 텔레비전 화면에 보도된 음식물 쓰레기 중에는 치즈가 엉겨붙은 고기 덩어리와 잇자국이 선명한 스테이크 등도 있었다.
이들은 미군들이 먹다 버린 음식물쓰레기를 개, 돼지 등의 가축사료용으로 반출시켜 부대찌개로 끓여 팔아왔으니 음식점을 찾는 사람들을 가축으로 여겨 온 셈이다. 불쾌하기 짝이 없게도 미군들이 먹다 버린 음식물쓰레기를 한국인들이 먹은 것이다.
주한 미군들도 이 사실을 이미 알았을 것이다. 그렇지않아도 마치 점령군처럼 행세하는 미군들이 얼마나 한국인을 얕잡아 볼 것인가. 이번 음식물 쓰레기 사건은 국민의 자존심을 크게 손상시켰다는 점에서도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경찰은 파주 외에 동두천, 의정부 등 경기도 다른 지역 식당에도 공급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한다. 부대찌개 식당은 미군부대 근처에만 있는 게 아니다. 웬만한 도시에서 거의 성업중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부정·불량식품 유통행위는 인명을 해치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강력한 단속과 지속적인 계도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먼저 요구되는 것은 식품 취급자들의 기본적인 양심이다. 식품 취급자들에게도 최소한의 이성을 찾을 것을 당부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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