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고약한 풍습은 벼슬하겠다며 선거운동하고 다투는 일이다”로마의 정치가며 철학가 키케로(BC106∼43)가 저서 ‘의무론’에서 한 말이다. 제3차 삼두정치 수립후 안토니우스와 대립하다가 추방되고 나서 살해당하긴 했으나 다재다능한 인재였다. 선거에 대한 그의 해학적 비하는 당시에도 선거의 맹점이 심했던 점을 시사한 것이어서 음미해볼만 하다.
하긴, 고대 민주주의의 발상지 아테네에서도 부정투표가 있었다. BC 5세기경 아테네의 정치가 클레이스테니스가 창안한 것으로 패각추방이란 게 한동안 있었다. 독재자의 출현을 막는 수단으로 독재의 위험인물을 미리 투표로 뽑아 일정기간 추방하는 제도였다. 그의 명예나 재산은 계속 보유케 하면서 일신만 나가 살도록 했다.
당시 그리스에서는 종이가 이집트에서 수입해 썼을만큼 무척 귀해 투표용지 대신 조개껍질에 추방대상자의 이름을 새겼다. 투표는 아테네의 정치1번가로 유명했던 아고라 광장에서 가졌다. 그런데 후세에 아고라 광장을 발굴 했을때, 동일 필체의 조개껍질이 무수히 발견됐다. 문맹자가 많았던 고대 아테네에서 대리투표를 하면서 본인의 의사와는 다른 몰표를 기입했던 것이다.
우리도 지금은 기호의 의미가 다르지만 당초에는 문맹자의 투표를 돕기위해 생긴 것이 기호의 효시다. 즉, 이름을 읽지 못한 유권자는 기호를 기억해 두었다가 표를 찍게했던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선거바람이 은근히 부는 모양이다. 사전 선거운동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교모한 탈법운동이 없지 않은 것을 보면 키케로의 선거 폐해론이 실감나기도 한다. 그의 말대로 ‘정말 고약한 풍습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줄리아나 뉴욕시장이 오는 11월에 있을 시장선거에서 “3선출마 포기”를 선언했다는 외신은 남의 일이지만 굉장히 신선하게 들린다. 세계무역센터 테러 참사이후 기민한 사고 수습으로 뉴욕시민의 인기가 치솟는데도 뉴욕시의 분열이 있을 것을 우려해 주변의 출마 권유를 거절했다는 것이다. 뉴욕은 세계 제1의 도시다. 당선 가능성이 충분히 있음에도 세계 제1도시의 수장자리를 뿌리칠 줄 아는 그를 보면서 우리들 주변을 돌아본다. 아무리 돌아봐도 그토록 멋있는 이는 있을것 같지 않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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