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부 식당에서 미군부대 장병들이 먹다 남기거나 버린 음식물쓰레기를 끊여 팔았다 하여 충격을 준 ‘부대찌개’가 ‘명물찌개’로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사실 부대찌개는 이름부터 개운치 않다. 부대찌개의 기원은 ‘꿀꿀이죽’이었다. 6·25전쟁 직후 식량난에 허덕이던 사람들이 미군부대 생활용품 처리장을 뒤져 쓰고 남은 고기 등을 커다란 쇠통에 넣어 끓여 만든 게 원조다. 생각하면 서글프고 몹시 자존심 상하는 ‘기원’이지만 워낙 배고팠었는데 무슨 이면, 체면이 있었겠는가.
부대찌개가 정식 대중음식으로 등장한 것은 1960년대초다. 처음엔 미군부대 식당에서 나오는 소시지와 햄, 베이컨에 양파, 당근을 넣고 버터를 볶아 만들었지만 점차 고추장과 김치 등을 추가해 ‘한국식’으로 변모했다.
한때는 미국대통령의 이름을 따 ‘존슨탕’‘닉슨탕’으로도 버젓이 메뉴에 올랐었지만 이는 적절치 못했다. 한국의 음식이 아무리 맛있다 하더라도 역대 대통령 이름을 본따 ‘△△탕’‘××탕’이라고 해보라. 기분이 좋을 리 없을 것이다.
부대찌개의 ‘질적’인 변화는 1999년초 식중독균이 검출된 소시지 파동 이후, 당시 수입소시지에서 리스테리아균이 검출됐고 그 여파로 식당들은 수개월동안 매상이 격감했다. 이를 계기로 상점들의 수입식품에 대한 검사가 까다로워졌다.
지금은 미국 호멜푸드사의 호멜런천미트 햄과 미국 IBP식품사의 콘킹프랑크 소시지 등을 들여와 쓰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다진 쇠고기와 파, 마늘, 고춧가루 후춧가루 고추장소스, 두부, 당면 등을 육수에 풀어 넣어 요리하고 있다는 게 식당업자들의 이야기다.
1950년대 ‘꿀꿀이죽’을 먹었을 때는 죽 속에서 미군들이 피우던 담배꽁초도 나왔다고 한다. ‘가난도, 실연도 추억은 아름답다’고 하지만 ‘꿀꿀이죽’은 절대 그렇지 않다. ‘부대찌개’가 ‘명물찌개’로 이름이 바뀐 것은 다행이지만 청결한 운영이 선행돼야 한다. 손님들에게 주방을 개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군들이 먹다 버린 음식쓰레기로 ‘부대찌개’를 끊여 판 악덕 식당업주는 생각할수록 소행이 괘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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