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기 얌체상혼이 또 고개를 들고 있다. 내년부터 러시아 남쿠릴 열도 꽁치어장에 대한 국내 어선들의 조업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사리사욕에 눈 먼 중간상인들의 꽁치 매점매석행위가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엊그제(11일) 수원 농수산물시장 공판장에서 형성된 냉동꽁치 경매가는 10kg짜리 한 상자가 2만8천원으로 한달전 보다 3천원(12%)이나 올랐다. 그나마 생물 꽁치는 가격이 형성되지 않은채 반입조차 되지않고 있다. 이에 따라 고등어·조기·갈치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일본과 러시아가 내년부터 제3국 어선의 조업을 금지키로 합의했다는 남쿠릴열도 수역은 우리나라 연간 꽁치 어획량의 30∼40%를 충당해온 어장이라는 점으로 볼 때 멀지 않아 꽁치값이 오르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약삭빠른 중간상인들이 이를 사재기와 판매기피의 호기로 삼고 있는 것은 거기서 비롯된 것이지만, 이제 그런 식으로 상행위를 하다가는 스스로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자격과 의무를 저버리는 결과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중간상인들이 어획량 격감을 노려 사재기와 판매를 기피하는 것은 상술이 아닌 범법행위다. 수급 불균형을 예상한 중간상인들이 얌체행위를 통해 당장은 얼마간의 금전적 이득을 취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것이 거래질서를 교란시키고 결국은 그 피해가 자신에게도 돌아온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따라서 농림수산부 등 관계당국은 중간상인들의 매점매석행위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 세우고 가격안정화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악덕 상인들을 적발해 행정조치뿐만 아니라 법정 최고형으로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유통구조도 혁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가격파동이 있을 때마다 거론되는 것이 유통구조개선이었지만 그때뿐 시간이 지나면 유야무야로 끝나곤 했다. 정말 소비자를 위한 유통구조개선이 이루어졌다면 중간상인들의 이번 농간도 사전에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만큼 중간상인들의 횡포를 봉쇄할 수 있는 원천적인 근절책이 시급하다. 물가위기는 거래질서의 교란으로 인해 더욱 증폭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운 때를 맞아 거래질서를 해치는 행위는 평상시의 질서교란보다 더 무거운 벌을 내리고 더 엄중한 단속이 있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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