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이 우선인가, 아니면 현실을 그대로 받아 들여야 할 것인가.
인천시 서구 원창동과 경서동 일대 갯벌 500만여평이 육지(지목상 농림지·도시기본계획상 자연녹지)로 둔갑된지 10년이 훌쩍 지난 현재까지도 김포매립지의 용도결정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종결되지 못하고 있다.
원칙대로라면 당연히 농지로 개발해야 하고 현실대로라면 수도권에 마지막 남은 대형 토지를 각종 첨단기능을 갖춘 신도시로 조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동안 이 매립지에 대한 소유권이 있는 농업기반공사가 토지매입비와 관련, 매년 평균 700억원 이상의 이자를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연말까지 어떠한 형식으로든 결말은 나야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99년 매립 주체였던 동아건설로부터 이 매립지의 소유권을 넘겨 받은 농업기반공사와 인천시간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토지에 대한 적절한 활용’을 명분으로 내세운 경제논리까지 가세하고 있다.
이 매립지에 대한 개발방향에 대해선 이미 지난해 국토연구원에 의해 주거기능과 관광단지, 국제업무시설, 첨단연구단지 등을 두루 갖춘 농업도시(Agripolis)로 조성하는 방안이 제시됐었다.
문제는 이에대한 인천시의 사뭇 다른 입장에서 출발한다.
수도권에 이미 유사한 기능의 신도시가 개발된만큼 당초 농업용지 활용을 위해 매립된 토지는 농업단지를 주축으로 일부를 관광단지 등으로 조성하면서 녹지를 최대한 존속시켜야 한다는 견해다.
시민단체들도 환경보호차원에서 비슷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포매립지에 대한 활용방안은 대체적으로 국토연구원의 방향대로 가닥이 잡혀갈 전망이다.
개발 주체가 농업기반공사와 농림수산부 등 중앙부처인데다 건설교통부 등 관련 부처들의 입장도 이와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개발연혁◇
김포매립지는 지난 80년 오일쇼크로 중동특수가 쇠퇴하면서 중동지역에서 철수한 동아건설이 농림부로부터 농토로 활용하기 위해 매립면허를 받아 중동현장에 투입했던 유휴장비와 인력을 투입, 10여년간의 공사끝에 매립을 완료하게 됐다.
그때가 91년.
매립에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됐으며 매립당시 정확한 면적은 499만평.
그러나 지난 99년 IMF한파로 동아건설이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정부가 구조조정을 위한 자금조달 명목으로 농업기반공사를 앞세워 이 매립지를 6천342억원에 매입한 뒤 이 땅에 대한 활용도를 결정하지 못한 채 방치하고 있다.
인천시는 동아건설측이 소유권을 갖고 있을 당시인 지난 93년부터 이 땅을 매입, 송도신도시 대신 첨단산업단지 등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농림수산부 등이 매립목적(농지조성)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성사되지 않았고, 일각에선 동아건설에 대한 정부의 특혜시비도 제기됐었다.
이후 당초 이곳에 조성될 예정이었던 첨단산업도시 기능을 갖춘 신도시가 송도신도시로 변경돼 추진되고 있는데다 고양 국제전시장 조성에 이어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하면서 용유·무의지구에 국제관광단지 조성에 대한 청사진도 마련되자 인천시는 이 매립지에 대한 용도에 대해 농림수산부 등 중앙부처와 상반된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런 가운데 농림수산부는 지난해 국토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 이곳을 주거기능과 관광단지, 국제업무시설, 첨단연구단지 등을 두루 갖춘 농업도시로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중앙정부 입장◇
농림수산부와 농업기반공사 등은 대체적으로 국토연구원이 제시한 농업도시 개발계획(안)에 대해 긍정적이다.
전체 부지 가운데 매립지 북측 251만5천평(51.7%)만 농지로 활용하고 나머지는 ▲주거기능 96만5천평(19.8%) ▲관광단지 86만평(17.6%) ▲물류단지 24만평(4.9%) ▲국제업무 23만평(4.7%) ▲첨단연구 6만평(1.2%) 등으로 개발하겠다는 게 국토연구원의 골격이다.
관련 부처로부터 김포매립지에 대한 토지이용 구상을 의뢰받은 국토연구원의 개발명분은 두가지로 압축된다.
국가차원의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소유권이 공기업(농업기반공사)으로 이전돼 동아건설이 소유권을 갖고 있을 때와는 달리 특혜시비가 소멸됐다는 점과 이 매립지를 사들이는 비용을 조달하는 차원에서 당초 매립목적이었던 농지조성 이외에 불가피하게 일부 토지에 대한 용도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그것이다.
여기에 서울에 집중된 국제업무와 교류 및 주거기능을 두루 갖춘 자족형 농업도시 개발을 통해 인구분산을 유도하고, 문화와 레저 및 스포츠시설 등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도 충족시켜야 한다는 배경도 깔려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토연구원은 세부개발계획에 농업지역에는 간척미 생산단지와 근교농업인 채소화훼단지 등을 비롯, 주말농원과 농사체험공원, 농림수산물 가공 및 직매장 등을 조성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국제업무단지에는 국제회의 및 전시장, 특급호텔 등의 대형 숙박시설들과 다국적 기업들의 본사 등을 유치하고 놀이동산과 골프장, 벤처기업 집적시설, 화물터미널과 주거단지 등도 추가한다는 복안이다.
농림수산부 관계자는 “이같은 개발에 따른 사업비로는 용지비와 관리비 1조196억원에 각종 단지 조성과 교통망 건설비용 등 1조386억원을 포함하면 모두 2조582억원이 소요되나 향후 분양수익으로 1조5천223억원이 예상되므로 여기서 순투자비 1조4천84억원을 빼면 개발이익으로 383억원이 남게 될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국토연구원은 공사에 소요되는 기간도 인천시와 공동으로 추진할 경우, 10년 정도가 적정하다고 내다 보고 있다.
◇인천시 견해◇
결론부터 거꾸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농림수산부와 농업기반공사 등 정부의 계획이나 인천시의 계획이 집행되려면 어쨌든 인천시가 도시기본계획을 변경해야 한다.
여기엔 농지 이외의 용도로 개발될 면적에 따라 일부냐, 상당 부분이냐는 결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이같은 상황과 맞물려 농업기반공사 등은 매립지를 매입하는데 충당한 원금을 회수하기 위해선 인천시가 분양개념의 토지이용계획을 수립, 이를 도시기본계획에 반영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인천시는 이같은 계획을 전면 또는 일부라도 수정해야 한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우선 농업지역도 매립지 북측에만 치우치지 말고 남·북측에 골고루 조성하고 나머지 기능들도 대폭 축소하거나 조정, 녹지를 보존해야 한다는 것.
인천시는 그 이유로 국제업무단지(23만평)는 이미 인천국제공항(15만평)과 용유·무의국제관광단지(20만평), 송도신도시(10만평 이상) 등을 비롯, 고양 국제전시장 등만 제대로 조성돼도 공급이 포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첨단연구단지(6만평)도 같은 취지에서 조정해야 한다고 꼽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우리의 견해는 중복되는 기능들을 축소하는 대신 대단위 공원이나 농업시설, 학교 등 수도권지역의 부족시설들로 대체해야 한다는 게 골자”라고 말했다.
유네스코 인천시협회 하석용 회장도 “농지도 활용방식에 따라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원칙대로 개발방향을 잡는다면 김포매립지를 농업도시, 또는 관광형 농촌 등으로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허행윤기자 heohy@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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