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관리공단이 이달 1일부터 국립공원내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라이터 등 인화물질을 허가없이 반입할 경우 5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한다고 발표했었다. 이 조치의 실효성과 공정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예상되는데 이 소식을 들은 뒤 ‘군소’라는 동물이 생각났다.신경생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기르며 실험을 하는 ‘군소’는 일종의 바다달팽이인데 이 군소를 연구하여 콜롬비아 대학의 에릭 캔덜 교수는 신경계의 비밀을 캐내 2000년에 노벨상을 수상했다.
군소는 물 속에 살면서 산소를 얻으려면 몸 윗쪽에 있는 아가미를 열고 입수공으로 물을 빨아들여야 한다. 이때 누가 입수공을 건드리면 군소는 황급히 아가미를 닫는다. 위험을 감지하고 자기 방어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험적으로 입수공을 자주 건드리면 어느 순간부터 아가미를 닫지 않는다. 더 이상 위협적인 자극이 아니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겁이 없어진 이 군소를 다시 겸손하게 만들려면 입수공을 건드릴 때 흠칫할 정도로 강한 전기자극을 주면 된다. 그렇게 따끔한 맛을 한번 보고 나면 다시 예전처럼 반응을 보인다. 미미하게라도 입수공을 건드리면 황급히 아가미를 닫는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온갖 비리사건들도 군소의 습관같이 비슷한 원리가 적용되고 있다. 처음에 무슨 사건·사고가 터지면 당장 누구라도 절단이 날 것 처럼 야단법석을 떨다가도 시간이 흐르면 왠지 흐지부지 돼버리고 만다.
가령 선거법을 어긴 정치인을 30년 이상 모든 선거의 입후보 자격을 박탈해보라. 선거법 위반자는 아마 금방 없어질 것이다. 관심법을 썼다는 궁예가 법봉을 솜으로 만들어 휘둘렀다면 누가 그 앞에서 벌벌 떨었겠는가. 용서는 회개하는 사람에게 해당되는 너그러움이다.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지 않는 부정부패자에게 베푸는 사면은 화합을 가장한 오만이다. ‘군소’는 입수공에 강력한 자극을 주면 본심으로 돌아간다. 사람도 일단 매를 들면 엄해야 한다. 엄포 삼아 회초리를 들어보라. 절대로 잘못을 자각하지 못한다. 비리도 타성이 붙으면 못 고친다. 국립공원에서 피우지말라는 담배를 안피우면 과태료가 50만원이 아니라 5천만원인들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중벌이 약이될 때가 더 많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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