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카페리의 예견된 赤字

평택항과 중국 용안항을 운항하는 카페리의 항로가 존폐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이다. 지난달 17일 요란스럽게 개항식을 갖고 취항한 이후 겨우 한달만의 일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평택시나 선사(船社)의 예측과는 달리 이용승객이 의외로 적어 적자운항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축하승객으로 붐볐던 취항 첫날을 제외하고는 주3회 매회 출항 때마다 승객이 고작 10∼30명이고 화물은 평균 4TEU(컨테이너 개수 단위)에 불과해 한달간 적자가 벌써 14억6천만원에 이르고 있다. 승객정원 834명에 화물 최대 적재량이 50TEU인 카페리의 손익분기점이 매회 운항 때의 승객이 250명에 적재화물은 10TEU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의 영업실적이 손익분기점을 크게 밑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어떤 사업이건 초기에는 어느 정도의 적자를 감수하는 것이 상례다. 그러나 그것도 사업전망이 호전될 것이라는 평가와 기대가 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그렇지 않고 사업성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적자사업을 계속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며 도박일 수 있다. 문제는 평택∼중국 용안간 카페리의 운항 적자가 초기부터 너무 많다는 점이다. 이렇게 된데에는 취항시기에만 집착한 행정당국의 책임이 크다. 카페리 취항에 따른 제반 기초여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졸속 취항했고 통관절차도 까다로워 주고객인 관광객과 보따리상들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우선 국제여객터미널이 있는 평택항 주변은 기반시설이 전혀 없는 허허벌판이다.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이나 음식점 등을

갖춰놓지도 않고 이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은 상식밖의 일이다.

또 여객터미널(동부두)에 접안시설이 없는 것도 큰 문제다. 평택항에 입항하는 카페리가 여객터미널에 정박하지 못하고 접안시설이 있는 컨테이너 부두(서부두)에 일단 정박한 후 통관절차를 밟기위해 승객을 다시 300여m나 떨어진 여객터미널로 이동시켜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그런데다 통관절차도 인천보다 까다롭다. 인천항의 농산물 등 반입허용량이 한사람에 품목당 25kg(전체물량 50kg)인데 비해 평택항은 5kg(전체물량 20kg)으로 보따리상들의 이용기피 원인이 되고 있다. 이처럼 평택항은 애초부터 여러 여건이 취약하기 이를데 없다. 이런 환경을 개선하지 않고는 평택항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관계당국의 종합대책이 그래서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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