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부른 카드빚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에서 발생한 초등생 유괴사건은 요즘 젊은 세대들이 얼마나 편히 세상살이를 생각하고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는데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피의자 김모씨(25)와 강모씨(23)는 변변한 직장을 잡지 못하고 서울 구로구에서 자취를 하며 아르바이트나 중국집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20대 중반을 맞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부터 그동안 유흥비로 지출한 신용카드 빚과 주택은행에서 대출한 1천만원이 넘은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끝내 빚을 갚기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분당구에서 제일 부자동네인 구미동 주택가에서 22일 오후 4시30분께 놀이터에서 혼자 놀던 G초등학교 4년생인 구모군(11)를 강제로 납치, 부모들에게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핸드폰과 공중전화를 번갈아 가며 연락을 취하는 지능적인 면도 보였다.

그러나 세상이 어찌 그리 호락호락할 수 있겠는가.

시간이 갈수록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지고 자신들 스스로도 유괴가 얼마나 큰 범죄인가에 대한 자괴심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 23일 오후 5시30분께 구군을 놔주고 처벌을 원치않는다는 구군 부모의 말을 전해듣고 24일 새벽 12시30분께 분당경찰서에 자수, 사건은 일달락됐다.

우선 대형 사건으로 번질 수 있는 사안이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애쓴 수사관들이나 힘겨웠던 기억을 딛고 용서의 참의미를 실천한 구군 부모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

그러나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 있다.

바로 어린이를 유괴해 힘들이지 않고 한몫 챙기려 했다는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이다.

어찌 그 젊디 젊은 나이, 앞날이 훤한 그 시기에 도전보다 얄팍하고 치졸한 생각을 먼저 할 수 있단 말인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극소수이긴 하겠지만 쉽게 세상을 살려는 젊은이들은 다시금 자신을 되돌아 보며 세상에 정당하게 도전하는 호연지기를 가져주길 바란다.

남을 아프게 하며 얻는 것보다는 내가 아파하며 얻는 것이 더욱 소중하다는 것을 깨우치면서 말이다./성남=허찬회기자 hurch@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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