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아직도 자연보전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해수부가 인천 북항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준설토를 처리하기 위해 인근 운겸도 주변 100만평의 갯벌을 매립하려 하자 환경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해수부가 내년부터 건설예정인 북항 항로 준설에서 나오는 흙을 2011년까지 매립할 운겸도 주변 갯벌은 보존상태가 양호할 뿐만 아니라 염생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저어새 노랑부리 백로 등 희귀조류의 서식처 또는 이동경로여서 인천시가 지난 8월 해수부에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요구한 지역이다. 또 이곳은 해수부가 지난 2월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특별대책이 필요한 지역이라며 스스로 ‘해안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그런데도 불과 1년도 안돼 준설토 처리비용을 줄이기 위해 북항과 거리가 가까운 운겸도 주변을 투기장으로 택했다니 참으로 개탄스럽다. 더욱이 공분을 금할 수 없는 것은 인천시 관계자가 갯벌이 잘 보존된 운겸도 주변을 투기장으로 하기 보다는 이미 매립허가를 받은 영종1·2지구나 청라2지구 또는 송도신도시 인근 해역으로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음에도 해수부가 이를 묵살한 경위가 사뭇 위협적이었다는 점이다.
해수부가 ‘운겸도 주변에 준설토를 매립하지 못하면 사업비가 과다하게 투입돼 북항개발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데, 인천시 숙원사업인 북항을 개발하지 말자는 말이냐, 그렇다면 중단할 수 밖에 없다’며 인천시를 윽박지른 것은 협박에 가깝다. 아연실색할 일이다. 물론 해수부는 준설토를 매립해 운겸도 주변을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하나 이는 해양 생태계의 민감성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해양생물은 조그마한 환경변화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여 서식지를 옮기는 것이 상식이다.
뿐만 아니라 갯벌이 매립되면 갯벌이 갖고 있는 오염정화 기능을 잃게 되고 해수의 역류로 매립지가 부패되고 악취발생도 우려된다. 특히 운겸도는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공항고속도로를 이용, 수도권을 오가는 가시권내에 있어 미관을 해칠 우려도 크다. 그런데도 해수부가 준설토 처리비용을 아끼려고 운겸도 갯벌을 매립하려는 것은 사려깊지 못하다.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무지의 소치다. 따라서 해수부는 운겸도 갯벌매립 계획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사업비가 더 들더라도 환경을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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