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또 어디서 뭐가 터질지 몰라 기왕 터질 뇌관 이라면 빨리 터지는게 좋고, 이를 계기로 주변의 냄새나는 곳을 모두 청소해야 한다’는 청와대내의 일부 의견이 있었다고 신문에 났다. 국민들의 생각 또한 마찬가지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정권주변의 의혹추문, 그리고 미로 투성의 구조적 비리에 이젠 넌더리가 날 지경이다.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누굴 구명해주고 말고 할 분이 아니라고 믿고 있다. 대통령의 아들 김홍일 의원이 돈봉투 따위를 돌릴 사람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말이 자꾸 나온다. 정치브로커들의 폐악이 너무 심하다. 아태재단후원회 사무처장 출신의 황용배씨가 이 여사에게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의 선처를 부탁하기도 하고, 민주당 중앙당인사 최택곤씨가 김홍일의원 이름의 돈봉투를 일부 사정기관 요로에 뿌렸다는 보도는 듣기가 황당하다. 대통령 부인은 같은 교회 교인의 황씨 말을 지나가는 얘기로 흘려 버리고, 김의원은 돈붕투 이름을 도용당했을 것으로 안다. 문제는 정치브로커들의 폐해가 만연되는데 있다. 허세와 위세를 파는게 통하는 구조적 흠결이 유발한 이런 결과는 어떻든 정권의 도덕성과 무관하지 않다. 지금이라도 아주 늦은 것은 아니다. 다소나마 도덕성 회복을 위해서는 이미 말썽이 된 의혹사건을 철저히 규명하고,
고구마 줄기처럼 묻힌 지하부패 구조를 파헤쳐 내는데 주저하지 않는 일대 영단이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연루자가 수족이든 누구이든 성역없는 권력형 비리척결이 있을때 비로소 상처받은 국민정서를 얼마간이나마 달랠수가 있다. 수평적 정권교체로 과거 어느정권 보다 여망의 정통성을 검증받은 ‘국민의 정부’가 과거의 정권보다 더 실망을 안긴 것은 국민의 자존심을 유린한 것이며, ‘국민의 정부’본의 또한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자명하다. 형안을 어지럽힌 측근들, 그리고 측근의 측근들이 저지른 잘못을 문책해 보여야 할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
이미 정권 말기에 들어섰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절실하다. 정권의 보호막을 둘러쓴 비리 정치인, 정치브로커들에게 보호막이 없음을 보여 추상같이 엄단하는 것만이 실추된 이 정권의 도덕성을 그래도 조금은 살리는 길이다. 청와대내에서 나왔다는 ‘기왕 터질 뇌관’ ‘냄새나는 곳 청소’ 설은 자탄일 수가 있다. 그렇지만 난마와 같이 얽힌 사태 해결에 가장 정곡을 찌른 것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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