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위여부를 놓고 논란(본보 12월18일자)을 일으킨 나혜석 등 13인의 근대 서양화가의 ‘한국 근대 서양화 미공개 작품’들이 예정대로 23일 수원미술전시관에서 일반인들에게 선보여진다.
나혜석기념사업회 등 미술계 일각에서는 이번 전시와 관련, 화랑협회 등 전문가들의 검증이나 감정을 받지 않은 작품들을 마치 진품인 양 공공기관인 수원미술전시관에서 전시하는 것은 시민에 대한 기만이고 전시에 대한 ‘ABC’를 모르는 처사라며 전시 철회 및 도록 회수를 요청했었다.
이에 대해 수원미술전시관 측은 작품들의 진위여부에 관계없이 이번 전시는 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으며 순수한 마음으로 사장될 뻔한 미공개 작품들을 발굴, 수원시민에게 수준높은 감상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기존 입장대로 전시를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이번 전시를 기획, 후원한 미술협회 수원지부는 작품들에 대한 진위여부가 아직 판명되지 않았으나 소장 전거 및 여러가지 정황으로 미뤄 볼 때 진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문구를 전시장에 게시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인 수원미술전시관과 공신력을 가진 수원미협의 책임있는 도덕성을 위해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미공개 작품들의 전시에 대한 이번 논란은 수원미술계에 적잖은 얼룩을 남기게 됐다. 나혜석기념관 건립 등 수원미술계 전체가 힘을 합쳐 풀어도 모자랄 판에 작품의 진위여부에 대한 이번 논란은 전시를 둘러싼 각 단체들이 소모적인 명분찾기에 치중, 주도권 쟁탈을 위한 ‘힘겨루기’양상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더욱이 합의점 도출을 위해 지난 20일 수원의 모 음식점에서 만난 양측 대표들은 발전적인 결론은 커녕 서로에게 흠집과 상처만을 내는 더욱 극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수원미술계의 발전을 위한 건전한 비판과 논쟁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각 단체의 명분찾기나 개인의 자존심 때문에 본질에서 벗어난 무의미한 힘대결은 피해야 한다.
결국 아무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채 한국 근대 서양화 미공개 작품들에 대한 진위여부 판단, 이번 전시가 제대로 된 기획이냐 아니냐에 대한 판단은 순진한(?) 관람객들에게 맡겨지게 됐다. /고영규기자 ygko@kgib.co.kr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