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지상과제(?)

‘일주일에 5건이상’한 경찰서가 일선 파출소에 지시한 최소한의 음주운전 단속 건수다.

계속되는 단속으로 음주 운전자가 급감, 단속 실적이 떨어지자 궁여지책끝에 이같은 지시를 한 것이다.

지시사항을 이행못할시 관련 경찰을 호출, 인사고과에 반영이라도 할 듯 그 이유를 심하게 추궁한다고 하는데 건수 채우기라는 인상이 짙다.

문제는 최근 김대중 대통령이 음주운전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나서자 더 심해졌다는데 있다.

지방경찰청장까지 심야 음주운전단속 현장을 누비며 단속 실적이 우수한 경찰에게 표창을 수여하는 등 이같은 행태를 사실상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연말연시를 앞두고 강력한 방범활동 의지를 표명했었다.

하지만 음주운전단속에만 1일 평균 3천500명 이상을 집중 투입하며 경찰력을 낭비하는 가운데 방범활동을 소홀히 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경기도내에는 수원 N아파트 상가 현금지급기 털이, 여주 농협출장소 금고 도난, 남양주 30대여인 피살사건 등 강력 사건들이 판을 치고 있고 수사도 제자리 걸음이다.

일선 경찰서 형사 30여명을 차출, 이달초 발족한 ‘조직폭력배 특별수사대’도 한달이 다 되도록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큰 사건이 생길 때마다 수사본부를 편성하고 사건 전담반을 운영하는 등 그야말로 수선을 떨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슬그머니 손을 놓기 일쑤다.

요즘들어 전시행정 대명사로 불리우던 지방자치단체도 내실 행정에 주력하고 있는데 이같은 현상은 중앙부처도 거스를 수 없는 추세로 받아들이고 있다.

유독 경찰만이 일회성, 건수위주식의 구태한 행정에 여전히 치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파출소 직원은 “음주운전자를 찾기위해 어떤 때는 새벽까지 순찰차를 몰고 다닌다”면서 “그러다 보면 솔직히 방범활동은 소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요즘, 민생치안이라는 본연의 임무마저 망각한 것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최인진기자 ijchoi@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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