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혈액 재고량 바닥으로 의료기관에 비상이 걸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경기·인천 곳곳에서 단체헌혈이 줄 잇고 있는 것은 다행스럽고 흐뭇한 일이다. 겨울철 혈액부족 사태는 추위와 방학 등으로 헌혈자가 크게 줄어 해마다 반복되는 고질적 현상이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경기도의 경우 하루 필요 헌혈량은 600∼700명분이나 지난 12월부터
절반으로 줄어 응급 수술환자가 제때에 피를 구하지 못해 쩔쩔매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위급한 때에 공무원·직장인·군장병들이 팔을 걷고 단체헌혈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2∼3일새 경기도에선 농진청과 경인환경청 등 15개 단체가 이미 헌혈을 했거나 신청중에 있고 인천서도 군장병 등 1천5백여명이 사랑의 헌혈에 참여하고 있다. 혈액기근 현상을 해소하고 피를 구하지 못해 고통받는 이웃을 돕는 데 나선 이들이야말로 이웃사랑의 참뜻이 무엇인지를 실천으로 보여주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피를 나눈다는 행위는 내 것을 남에게 준다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몇방울의 피를 제공해서 환자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다면 그것은 곧 생명을 나누는 일이요, 무엇보다 숭고하고 진한 사랑의 실천이다. 그럼에도 헌혈기피 현상이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인습과 그릇된 인식 때문이다.
특히 겨울철에 만성적으로 겪고 있는 혈액부족 현상은 추위로 가두 헌혈이 여의치 않은데다 각급 학교의 방학으로 헌혈층의 60%를 이루고 있는 중고생들의 헌혈이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혈액부족 사태가 이처럼 충분히 예상되는 계절적인 상황임에도 번번히 곤욕을 치르고 있으니 관계기관의 대책소홀도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혈액부족 원인을 충분히 감안한다면 좀더 장기적인 혈액 수급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방학철 혈액부족 현상은 전국적인 것이어서 다른 지방 혈액원으로부터의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려우므로 당해 지역 혈액원이 위급상황에 대비, 비축해 두는 여유있는 대책이 절실하다. 혈액원은 헌혈에 대한 일부 시민의 그릇된 인식을 고치는 계도활동을 강화해 헌혈자를 학생층에만 의존하지 말고 시민들에게도 확대해야 한다. 헌혈행위가 위급한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인간애의 발로일 수도 있지만, 헌혈자 자신이 당할지 모를 미래의 위급상황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도 평상시 자발적인 참여가 바람직하다는 것을 시민들 또한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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