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법서 <손자(孫子)> 에 ‘용병한다는 것은 적을 속이는 일이다’ ‘전투란 적을 속임으로써 성립된다’라는 말이 있다. 아군을 유리하게 하려면 적군을 속여야 한다는 병법이다. ‘사(詐)’하면 떠오르는 이름이 많지만 <삼국지> 에 나오는 조조(曹操)는 가히 ‘사(詐)의 명인(名人)’일 것이다. 삼국지> 손자(孫子)>
조조에게는 ‘사’와 관계되는 이야기가 많이 있다. 사람을 잘 속인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속는 사람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말도 된다. ‘사’란 술수는 원래 상대방의 심정이라던가 욕망을 철두철미하게 읽지 못하면 성공할 수가 없을 것 아닌가. 사기꾼들이 장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상대방이 무엇을 바라고 있는 지를 숙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조는 적을 속이는 것은 물론이었고 아군, 측근까지도 속인 일이 많았다. 조조의 군대가 행군을 하던 중 물을 발견하지 못하여 전군이 갈증으로 괴로워 했다. 그 때 조조는 전군에게 전달하라고 말했다. “저 앞에는 큰 매화나무 숲이 있다. 달고 시큼한 매실이 주렁 주렁 매달려 있다. 그곳까지만 참고 견디며 가자.”
그 말을 듣는 순간 병사들의 입안에는 군침이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샘을 발견할 때까지 병사들은 참고 견디며 행군했다. 조조는 매화나무 숲을 들먹임으로써 목이 타서 괴로워하며 물을 찾는 병사들의 욕망을 일시적이나마 가라앉혔다. 더구나 매실이라고 하는 말을 꺼냄으로써 병사들의 입에 군침이 돌도록 하여 순간적이기는 하지만 갈증을 해소시켜 주었다. ‘詐’도 이쯤되면 고등기술의 하나이다.
‘詐’하면 또 일순위로 연상되는 것이 ‘정치’다. 정치인이 무슨 동네북이냐 하겠으나 정치인들처럼 사기를 잘 치는 사람도 없다. 물론 모든 정치인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선거 당시 내놓은 공약을 지키지 않는 것도 ‘사기(詐欺)’다.
사기는 못된 꾀로 남을 속이거나, 남을 속이어 착오에 빠지게 하는 위법 행위가 아닌가. 국민을 잘 살게 하겠다고 해놓고 만일 곤궁에 빠지게 한다면 대단히 죄질이 나쁜 사기다. 조조처럼 군사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기라면 혹 모르거니와 금방 탄로날 사기성 감언이설을 일삼는 정치인들이 한국에는 너무 많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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