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신고 5위인 안양 D상호신용금고가 900억원을 불법 대출한 것으로 드러나 또다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D금고는 이용호 게이트의 숨은 로비스트로 특별검사팀에 구속된 김영준씨가 실 소유주이며 불법 대출이 그에 의해 주도됐다는 점에서 이용호 게이트와의 연관성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D금고 불법 대출사건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신용금고를 사금고(私金庫)인양 거액을 불법 대출해 고객돈을 마구잡이로 유용했다는 점에서 지난 2000년 발생한 서울 동방금고와 열린금고 불법 대출사건과 너무나도 닮았다. 서민들이 맡긴 신용금고 돈을 대주주가 떡주무르듯 마음대로 써버린 정현준·진승현 게이트로 국민의 허탈감과 분노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는 터에 수신고가 5천5백억원대의 대형 업체로 알려진 D금고에서 또 거액 불법 대출이 자행됐으니 격분하지 않을 수 없다.
신용을 생명으로 하는 금융기관에서 이같은 사고들이 시도 때도 없이 되풀이 일어나는 것은 사회기강과 금융질서 문란이 극에 달했음을 말해 준다. 이같은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제3·제4의 금융사고가 또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그러한 금융비리에 대한 정부의 감독·제어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2000년 이후 정현준·진승현 게이트로 불리는 서울 동방금고와 열린금고 불법 대출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음에도 D금고에서는 지난해 3·5·7월 등 3차례에 걸쳐 382억원이 불법 대출됐다. 동방금고 등 비리를 교훈삼아 정부가 금융 감독기능을 강화했더라면 이같은 유사 사건은 미리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피해를 우려하는 예금주들의 불안과 예금인출 사태를 진정시키고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검찰은 수사력을 집중, 불법 대출금의 사용처를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불법 대출을 주도한 김영준씨가 이용호 게이트의 숨은 로비스트로 알려졌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용호씨가 평소에 정·관계 실력자들과의 친분을 과시했고, 김영준씨가 그를 위해 활동한 혐의가 있는 만큼 불법 대출금의 행방을 밝히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번 금융사고의 조사와 처리는 바로 정부의 금융감독 기능과 검찰에 대한 신뢰도 회복에 직결되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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