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청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하는 일이 하나같이 어설프기만 하다. 컴퓨터 프로그램 오류를 미처 점검하지 못해 고교평준화지역의 고교 신입생 배정결과를 하루만에 전면 취소해 큰 혼란을 야기시킨 도교육청이 이번엔 교실없는 학교에 학생들을 배정한 잘못을 시정치 않아 학부모들로부터 큰 반발을 사고 있다.
도교육청이 고교평준화지역의 고교 신입생 배정작업을 하면서 교사(校舍)가 완공되지도 않은 신설교에 학생들을 배정한 것은 지난해부터 정부의 ‘교육여건개선사업’이 무리하게 추진되면서 빚어진 결과다. 이 때문에 학교건물 공사가 20% 밖에 진척되지 않은 부천시 오정구 오정동 덕산고교에 배정받은 505명의 학생들이 인근 학교에서 더부살이 수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안일하고 무책임한 교육행정 때문에 입게 된 피해로 도교육청 당국의 무모한 조치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교육청 당국은 ‘학교 부지 매입에 차질이 생겨 공사가 지난해 7월에야 시작된데다 시공사의 공사지연으로 이같은 일이 빚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정작 상황이 그러했다면 올 11월에야 완공될 학교의 개교(3월)를 무리하게 서두르지 말았어야 했고 학생도 당연히 배정하지 않았어야 했다. 학생을 수용할 교실도 없는 학교에 대해 서류상으로만 개교하고 또 학생을 배정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도교육당국이 학급당 학생수를 현재의 42.7명에서 35명으로 줄이겠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과잉의욕에 맞춰 교실도 없는 ‘유령학교’에 학생을 배정한 것은 무사안일주의의 대표적인 예의 하나다. 말로만 듣던 무사안일 행정의 병폐가 고교 신입생들이 인근 중학교에서 더부살이로 수업해야 하는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교실을 빌려 주는 다른 학교 교육의 질까지 떨어뜨리고 더부살이를 빨리 끝내려고 급히 짓는 교실은 부실의 문제를 낳기도 쉽다.
도교육청 당국은 이미 이뤄진 배정을 취소할 수 없다고 고집만 부릴 것이 아니라 이제 경색된 관료주의적 교육행정의 악폐를 털어버리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시행착오가 더 큰 화(禍)를 초래하기 전에 잘못된 점은 과감히 시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덕산고교에 배정된 학생들은 부천시내 16개 고교에 1∼2명씩 분산 재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대통령 임기중에 뭔가를 이루려는 조급증과 교육당국의 무사안일주의 때문에 학생들에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거의 1년간 더부살이 수업을 받게 하는 것은 그 피해가 너무나 크다. 교육당국의 용단을 거듭 촉구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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