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내에서 찬반논의가 제기되고 있는 대학 기여입학제는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 기여입학제 도입이 1986년 교육개혁심의회에서 처음 거론된 후 수차 간헐적 논의가 있을 때마다 교육부는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덮어두곤 했다.
그러나 이번엔 정부에서 먼저 이의 도입론이 다시 제기되면서 대학 총장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도 공론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3월 연세대가 기여입학제 추진방침을 천명한 이후 기부금이 지난 한햇동안 408억원이나 접수된 고무적 사실은 대학사회를 흥분시키고 있다. 물론 연세대만이 당장 기여입학제가 허가된 것은 아니다. 다만 언젠가 기여입학제가 실시될 것을 기대해 이를테면 예약성격의 기부금이 이토록 답지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대학에 대한 기부행위가 선진국 사회에서는 상례화 한 지 오래다. 독지가들의 쾌척도 있고 기여입학 기부금도 있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어렵게 살면서 못 배운 이들이 모은 재산을 배우지 못한 게 한이 돼 대학에 내놓는 사례는 더러 있어도 돈 많은 부유층이 대학에 기부하는 것은 별로 볼 수 없었다. 기여입학제는 말 그대로 돈으로 대학에 들어간다. 대학에 많은 돈을 기부하는 대가로 자녀를 입학시킬 기왕의 부유층 기부금이라면 정상입학 정원 외로 두는 기여입학 인원을 정원제로 하여 기부금 한도를 경매방식으로 늘리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교육부가 ‘국민정서에 맞지 않다’느니 ‘교육기회의 균등에 어긋난다’느니 하는 불가 이유는 기여입학제가 처음 거론된 80년대에나 할 만한 소리다. 지금은 아니다. 정상입학의 정원 이외이기 때문에 균등의 기회를 침해하는 것도 아니고 국민정서에 반하는 것도 아니다. 대체로 돈을 움켜쥐고 사회에 내놓지 않는 것이 한국의 부유층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기여입학제를 통해서라도 돈을 내놓게 할 수 있다면 기부를 받아 대학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사회공익에 합치된다. 단, 기부금은 기부금다운 거액이어야 한다. 수십억원, 백억원대가 돼야 기여입학제의 효과가 있다. 수억원대의 기여입학 따위는 대학 이미지와 풍토만 흠집내기 십상이다.
기여입학을 실시해도 물론 일정한 규범이 있어야 한다. 교육부는 무턱대고 안된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전향적 검토를 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공청회 같은 것을 가져볼 만하다. 발상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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