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공무원노조 설립 문제가 ‘주5일제 근무’와 함께 우리사회의 주요 이슈로 등장, 논의가 가속화되면서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전공련)과 정부가 공무원노조 문제를 놓고 다시 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근로기준법 14조에는 ‘근로자라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따라 공무원 역시 노조를 설립할 수 있지만 헌법 제33조 2항에 ‘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돼 있다. 국가공무원법에도 ‘공무원은 노동운동을 못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는 반면 ‘그러나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은 예외로 한다’는 단서를 달아 제한적인 노동운동의 길은 터 있는
상태다.
정부는 오는 27일까지 공무원노조 도입과 관련해 각 부처의 협상 단일안을 마련키로한다는 방침이지만 전공련은 협상안에 강력 반발하며 독자적인 ‘공무원노조 출범’을 강행할 계획이어서 물리적인 마찰까지 우려되고 있다.
공무원노조에 대한 정부와 전공련측의 입장은 서로 상반된 주장을 제시하며 첨예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어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향후 정국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핫이슈로 등장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 “우선 단결권만 인정”
일단 정부는 공무원노조 설립에 대해 시대의 흐름이라며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노사정위원회는 ‘공무원 노동기본권 분과위원회’를 구성,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왔다.
특히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구상은 올해 말까지 현재 2천400여 기관 가운데 중앙 66개, 자지단체 146개 등 220여 기관에 설치돼 있는 기존 공무원 직장협의회를 전국 단위의 연합단체로 조직화한다는 것은 허용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어 복수노조가 완전 인정되는 2007년 무렵에는 노조로 발전시켜 준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연합체로 인정될 경우 노동3권중 어디까지 권한한 줄 것인가가 정부가 직면한 딜레마다.
프랑스, 영국이 공무원들에게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주고 있으나 단체행동권은 제한하고 있으며 독일과 일본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만 인정하되 교섭권은 협의권만 주고 체결권은 주지 않고 있다.
정부도 연합단체로 허용할 경우 단결권만 인정해 주다 노조로 발전할 경우 단체교섭권 가운데 협의권을 추가해주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공무원이 파업을 할 경우 국민불편을 감안, 단체행동권은 제한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그동안 핵심쟁점에 대해 이견을 보여온 행정자치부와 중앙인사위, 노동부 등 3개 부처에 오는 27일까지 정부 단일안을 만들어 노사관계 소위에 제출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노사정위는 정부 단일안이 마련되면 노동계와 본격적인 협상을 벌여 빠른 시일내에 합의를 이끌어 내고 3월초부터 전국 6개 대도시를 돌며 공청회를 개최, 여론을 수렴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정부안이 지난 98년 2월 노사정위에서 합의된 틀에서 얼마나 달라질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사정위는 공무원의 단결권과 보수 등 근무조건과 관련된 단체교섭권은 인정하되 단체협약체결권과 단체행동권은 인정하지 않고 국가공무원은 전국단위, 지방공무원은 광역시·도단위로 노조를 허용하는 안을 제시한 바 있다.
▲전공련 “노동3권 완전보장”
‘공무원도 분명 노동자며 노동3권의 보장은 민주주의 원칙에 관한 문제다’
민주노총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강경파로 통하는 전공련은 정부의 공무원 직장협의회 연합단체 허용에 대해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은 채 노동3권이 완전 보장되는 노조의 즉각적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전공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가운데 공무원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며 “공무원노조 설립은 현 정권의 공약사항으로 당연한 권리”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단체행동권에 따른 국민불편은 민원담당자들의 파업을 제외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전공련은 지난 6개월간 노사정위에서 논의된 공무원노조 도입이 일반법(노조법)에 근거한 노동3권이 보장되지 않는 특별법 방식으로 논의돼 전국단위 연합단체 결성를 가로막는가 하면 공무원의 근로조건 등 경제·사회적 지위향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전공련은 특히 노사정위에서 53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공무원노조 공대위’소속 전문가를 공익위원에 참여시켜 줄 것과 논의 체계의 전면 개편 등을 주장하며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노사정위의 해체투쟁은 물론 예정대로 오는 3월24일 ‘공무원노조 출범’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전공련은 지난해 11월 공무원노조를 허용하고 공직사회의 개혁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 “정부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공무원노조 설립과 노동3권을 반드시 쟁취하자”며 공무원노조 설립에 대한 강경자세를 고수해 오고 있다.
고광식 전공련 사무총장은 “공무원노조 도입에 당사자인 전공련이 배제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논의가 노사정위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잘못된 공직사회를 개혁할 수 있는 공무원노조는 3월 공무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출범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전망
이같은 상황에서 이 문제를 짊어지고 있는 노사정위는 고민에 빠져 있다. 공무원노조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 전공련이 노사정에 빠져 있어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후유증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노사정위원회는 공무원노조의 △노동3권 인정범위 △가입대상 △입법 및 시행시기 등 전반적인 문제를 논의하고 해외실태를 조사한 뒤 토론회 및 여론조사 등 국민여론까지 수용해 합의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시기상조론이 우세한 상황에서 국민적 공감대는 물론 직장협의회도 참여하고있는 6급 이하 공무원 및 노동계, 정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합의안을 도출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즉, 공무원노조 설립당위성은 모두들 동의하지만 서로간 입장차이가 커 당장 합의를 이끌어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와 전공련은 공무원 신분의 특성에 걸맞는 방안을 강구하는데 힘써야 한다”며 “양쪽이 대화나 협의를 통해 이 문제를 풀어나가면 서로 대립하고 충돌하는 악순환은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현상기자 hsshi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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