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0일, 골든 글로브 후보가 발표되자 한 작품이 세계 언론의 이목을 사로 잡았다. 놀랍게도 주요 6개부문 후보에 올라 최다 노미네이션의 영예를 안은 행운의 주인공은 영국 마법사 학교 출신도, 절대반지의 소유자도 아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천재 수학자 존 내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의 휴먼드라마 ‘뷰티풀 마인드’였다.
영화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등 4개부문을 수상했다. 골든글로브가 아카데미상의 전초전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작품의 수상 퍼레이드는 아카데미에서도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뷰티풀 마인드’는 1949년 27쪽 짜리 논문 하나로 150여년 동안 지속되어 온 경제학 이론을 뒤집고, 신 경제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수혈한 천재 수학자 존 내쉬의 삶을 다룬 실비아 네이사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존 내쉬는 기존 게임이론에 대한 새로운 분석으로 제 2의 아인슈타인이라 불리던 인물. 그가 주목받는 이유는 천재이기 때문이 아니라 천재이기에 겪어야 했던 50여년 동안의 정신분열증을 이겨내고 94년 노벨상을 수상, 영화보다 더 극적인 삶을 살았다는 점이다.
천재성으로 점점 황폐해져가는 존 내쉬의 영혼을 치유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그의 아내 알리샤의 사랑과 감동의 스토리는 그 어떤 휴먼 드라마보다 더 치열하고 강렬하다.
원작자가 1천번이 넘는 인터뷰로 존 내쉬의 삶 자체에 리얼리티를 부여했다면, 영화 ‘뷰티풀 마인드’는 원작을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해 그의 삶을 재구성하는 허구에 초점을 맞추었다.
제작진은 리얼리즘을 한층 높이고 작품의 감성적 진실을 극대화하기 위해 3개월 동안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따라가는 연속촬영 방식을 선택했다. 이런 촬영방식은 현대 영화계에서 일종의 사치로 불리울 만큼 많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러셀 크로우 등 주요 배우들의 감정을 그대로 스크린에 담아낼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들은 단순한 드라마 구성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 예상치 못한 영화적 재미를 선사했고, 감동을 극대화시키는 영화속 반전은 ‘뷰티풀 마인드’를 영화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휴먼 드라마로 각인 시킬 것이다./이승진기자 sj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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