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6개월 동안에 9명의 부녀자를 상습적으로 강간,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복역수가 탈옥해 이번엔 10대 소녀를 살해했다. 이밖에 또 사기 강도 등 10여 가지 죄목이 붙은 이 20대 피고인의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되돌려 보냈다. “교화가 가능한 피고인에게 사형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것이다.
법규 해석의 오류 여부 등을 따지는 법률심 위주의 상고심에서 양형을 가지고 원심을 파기하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사형폐지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 시점이어서 대법원 판결은 더욱 주목된다.
그러나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다. ‘피고인은 정상적인 가정에서 성장해 남들과 다름없는 가정생활을 해왔으나 인터넷 음란물 등을 탐닉하면서 성적 망상에 빠진 끝에 강간 등 범죄를 저지르게 된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의 나이와 성장과정 가정환경 경력 등을 고려할때 아직 교화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게 사형은 가혹하다는 판결이유다.
문맥의 요지로 볼 때 만약 가난한 결손가정에서 성장한 피고인 같으면 교화 개선의 여지를 인정받지 못했을 것 같아 구명의 정상참작도 유복한 환경이어야는가 싶어 우선 입맛이 씁쓸하다. 사형이 목적형주의에 반한 응보형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긴 하나, 중죄인들에게 사회방어 차원으로 가하는 사형을 두고 새 사람으로 사회복귀 할 수 있는 길을 막는 비인도적 처사라고 말하는 사형폐지론이 누범의 위험은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는 밝히지 못하고 있다. 사형조항을 크게 줄이고 또 사형판결을 자제하자는 논리의 전개는 가능하다. 그러나 사형폐지론은 당치않다. 우리 사회가 아직은 그토록 태평한 수준이 아니다. 사형폐지에 인명존중을 내세우지만 인명위협의 위험을 제거, 또다른 인명을
보호하기 위해 존치하는 것이 사형제도다.
대법원의 사형 원심파기가 사형폐지론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더 두고 지켜볼 일이다. 다만 한가지 궁금한 것은 있다. 가령 사형수의 그 무서운 범죄 사실을 직접 당한 피해자라 할지라도 사형이 지나치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인가 궁금하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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