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메일(쓰레기 메일) 형태가 날로 교묘해져 그 폐해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그런데도 수신자의 의사를 묻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보내는 스팸메일을 규제해야 할 법과 제도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인터넷 보급 초기단계에서 무선 콘텐츠 공급확대 등 정보통신 이용촉진에만 연연해 부작용을 방지하는 장치를 소홀히 한 결과다.
현행 ‘정보통신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은 영리 목적의 이메일을 보낼 때 ‘광고’라는 문구와 함께 수신자가 수신거부 의사를 쉽게 밝힐 수 있도록 전송자의 전화 번호나 이메일 주소를 명기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정작 어길 경우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다. 수신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재발송한 경우에 한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게 고작이다. 그나마 이것도 발송자가 아이디를 바꿔서 보내면 그만이다. 규제법 치곤 허술하기 짝이 없다.
최근엔 ‘나야 나!’라는 등 개인 메일을 가장해 전송하는 수법을 쓰기도 하고, 쏟아져 들어오는 스팸메일이 귀찮아 수신거부 버튼을 눌러도 작동되지 않게 프로그램해 놓기도 한다. 또 이메일에 ‘광고’ 또는 ‘홍보’라는 문구가 있을 때 자동삭제되는 차단 필터링을 설치해도 ‘광 고’ ‘광+고’ ‘광.고’등과 같이 글자 사이에 칸을 띄거나 부호나 마침표를 찍어 메일박스를 뚫고 들어가는 신종수법도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과 휴대전화망을 통해 범람하고 있는 이같은 메일들은 불법복제 CD 판매나 학원안내 같은 광고성 뿐만 아니라 심지어 초등학생까지도 아무 제약없이 열어볼 수 있는 음란 성인사이트도 많다. 이용자들은 이 메일들을 지우느라 엄청난 시간을 허비하고 있고, 이 쓰레기 메일을 열어보느라 엄청난 접속비용을 부담하는 피해를 입고 있다. 스팸메일의 방대한 용량 때문에 인터넷망에 과부하가 걸려 정작 필요한 메일을 한참 뒤에 받는 사태가 빈발하고, 스팸메일을 통해 유포되는 컴퓨터바이러스로 시스템이 심각한 장애를 입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를 제재할 뾰족한 수단이 없으니 답답하다. 이제 인터넷 보급률 세계 최상위권이라는 국가답게 부작용을 방지하는 데에도 선진적인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원치 않는 메일 전송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불법 스팸메일 신고절차와 창구도 간소화해야 한다. 아이디를 바꾸거나 가짜 주소를 사용하는 발송자, 그리고 수신거부 메일을 보내지 못하도록 교묘한 방법을 쓰는 지능적 스패머들은 끝까지 추적해 엄벌해야 한다. 공해치유 차원의 엄격한 법과 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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