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

외세에 의한 민족 수난에 독립을 위해 항거한 역사적 사료 및 유물 등을 전시하는 독립기념관이 나라마다 거의 다 있다. 예를 들면 인도네시아는 1975년 7월 메르데카 광장에 높이 132m의 석탑 등 다양한 시설의 독립기념관을 세웠다. 필리핀은 독립의 아버지 리잘의 이름을 딴 리잘기념관을 마닐라 교외 산티아고에 건립했다. 이스라엘은 1948년 독립직후 예루살렘의 헤르줄산 기슭에 ‘신의 손길’(야드바쉠)이라고 부르는 독립기념관을 세웠다. 미국은 1776년 7월4일 독립선언 당시의 수도에 있는 독립기념관을 비롯, 전국 각지에 독립유적지를 보존하고 있다.

충남 천안시 목천면 흑성산록 128만8천여평의 대지에 37동, 연건평 1만6천900여평의 독립기념관이 건립된 것은 1987년8월15일 이다. ‘독립기념관’현판이 걸린 정면 건물의 지붕은 청동기와로 덮여 장엄함과 숙연함을 더 한다. 전적 수기 무기 유품등 4만6천여점이 전시된 수장고, 겨레의집, 민족전통관, 근대민족운동관, 일제침략관, 대한민국관, 임시정부관, 독립전쟁관, 3·1운동관, 무궁화동산, 통일의 길 등 이밖에 많은 전시관과 시설이 있다.

이 성역이 조성된지 15년만에 처음이라면 좀 부끄러운 일이지만 엊그제 처음 들렸다. 지난 23일 전명운의사 페리 의거 94주년 기념 및 어록비 제막식에 참석차 독립기념관을 찾아 민족수난사와 함께 일제와 싸운 순국선열들의 생생한 발자취를 돌이켜 볼 수가 있었다. 3·1만세를 부르다가 일경의 총검에 옆구리를 찔려 찢긴 무명 저고리며 두루마기를 적신 혈흔, 낭자한 핏자욱이 아직도 선명한 태극기, 제암리 만행 직후의 생생한 현장사진, 광복군이 사용했던 무기며 군복의 실물, 이루다 열거할 수 없을만큼 많은 유물마다 마치 선열들의 넋이 살아 숨쉬는 듯 했다.

아! 그 분들은 후대에 어떤 나라를 기대하고 독립을 위해 그처럼 목숨을 바쳤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송구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분명 지금 보다는 더 좋은 나라를 소망했을 것이다. 그 후대가 되는 우리들은 그 분들에게 죄를 짓고 있는 것이다.

나라 안팎이 몹시 시끄럽다. 위정자들도 그렇고, 지도층고 그렇고, 집단이기에 들뜬 민중도 그렇고 정신을 차려야 할 때다. 민족의 성역, 독립기념관을 찾아 정녕 나라를 위한 길이 무엇인가를 헤아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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