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과 다섯 記者

언론인이 진실 규명을 외면하면 이미 언론인이라 할 수 없다. 진실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감수하고 투쟁한 선배들이 허다하다. 지금의 일선 기자들 가운데 일부는 전통적 언론의 소명보다는 샐러리맨에 안주하는 경향이 없지 않으나 기자 혼의 기본적 소양마저 외면해서는 안된다.

민주당 노무현씨의 메이저(주요)신문 국유화, 동아일보 폐간설 발언에 확인을 거부하는 몇몇 기자들은 이런 점에서 심히 유감이다. 지난해 연말 민주당 출입기자 중 5개 신문방송 기자가 노씨와 술자리를 함께 한 것은 비공식적인 사석이긴 하다. 그러나 노씨는 민주당 상임고문으로 공인이며 비록 자리는 사석일지라도 그의 말은 공언인 것이다. 화제가 사담도 아닌 사회공익 기관인 신문사에 대한 언급이라면 더 말할 것 없다.

이 자리에서 노씨가 “내가 집권하면 메이저 신문들을 국유화하고 김병관 동아일보 회장의 퇴진을 요구, 불응하면 폐간하겠다”고 한 충격적 언론 관련 발언을 동석한 기자들이 그 당시 왜 보도하지 않았는지 그것 부터가 이상하다. 폭탄주가 몇 순배 돈 취기였다고 할지 모르지만 ‘폭탄주 취담’의 노동관련 발언으로 형사책임까지 져야했던 검찰 고위간부가 있었다. 마땅히 다뤄야 할 기사를 동석한 기자들이 묵과한 것은 비보도로 해달라는 노씨측 요청에 인정이 끌린 그들 역시 취기였는지는 모르지만 언론 본연의 자세가 아니다.

또 기왕 그렇게 됐으면 언론 발언이 이슈로 부각된 지금에 와서는 사실을 당당히 밝혀야 할 책임이 있는데도 어물어물 하는 것이 해괴하다. 부분적으로는 시인하면서 “얘기할 수 없다”느니, “묻지 말아 달라”느니 하는 말은 신문기자가 할 얘기가 아니다.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당시 대화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당원인지 노씨 측근인지를 의심할 정도다.

언론인으로서 입수한 정보는 개인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사유물이 아니다. 소속사, 나아가서는 독자, 즉 사회가 알 권리가 있는 공동체의 소유인 것이다. 노씨의 그같은 발언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그가 지금 민주당의 대권 후보 경선에 있는 마당에선 “조작극”이라는 상투적 부인만으로는 검증이 심히 미흡하다. 노씨가 정녕 사실이 아니라면 법정까지 가는 한이 있어도 국민에게 명백히 가려보일 책임이 있다. 또 동석한 기자들은 이에 진실을 밝힐 의무가 있다. 언론인으로서 어떤 노무현 커넥션의 공연한 오해를 받는 일이 없는 투명한 처신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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