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합의, 새로운 게 없다

임동원 청와대 외교안보통일 특보의 대통령 특사 평양 방북은 남북관계의 교착상태를 일단 타개한 점은 수긍할 만하다. 그러나 정작 합의사항에 새로운 게 없다. 새로운 것은 동해선철도 및 도로연결 뿐이다. 이도 일정 등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이미 합의한 지 오래인 경의선 철도 등 연결도 미정인 판이니 동해선 및 도로연결 또한 언제 실현될 지

전망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밖에 남북대화 및 협력사업 추진에 속하는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2차회의(개성공단 건설 및 임진강 수해방지대책 등 논의 위한 실무협의회 가동) ②금강산 관광 활성화를 위한 2차 당국회담 ③4차 이산가족방문단 교환 ④북측 경제사절단 남측 파견 ⑤7차 남북장관급회담 재개 등은 이미 전에 예정돼 있었던 일들이다. 이런 가운데 이산가족방문단 교환을 금강산으로 정한 건 종전의 북측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했다고 보아 눈길을 끈다.

특사회담은 총체적으로 대화 재개를 합의하는 원칙을 재확인 한 것뿐 실질적 개선에 진전을 보인 건 없다. 남북간 군사당국자회담 재개만 해도 시기와 장소는 미정인채 원칙만 정했으나 앞으로 회담이 열린다 해도 순탄할 전망은 아니다. 주적론을 재차 문제삼아 회담을 어려운 방향으로 끌고 갈 공산이 크다. 북측은 ‘남반부 해방을 혁명과업의 완수’로 노동당 규약에 정해놓고 있다. 이엔 실증적 대처를 못하고 주적론에 수세의 입장만을 취하는 정부 당국이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 걱정된다.

특사 방북에서 북측이 주적론을 힐난하면서 민족공조와 한미공조 중의 택일을 요구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이 결코 남한측 생각대로만 되지않는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참으로 궁금한 것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로 주고받은 친서의 내용이다. 외교관례상 공개할 수 없는 것을 모르진 않으나 남북관계의 특이성에 비추어 언젠가는 장차 공개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마땅하다.

남북은 이번에 동포애와 인도주의 상호협력의 합의사항으로 곧 대북지원이 있을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20만t의 비료를 조속한 시일안에 북한에 지원하고 정부 보유 쌀 30만t을 차관 공여 형식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안다. 금액으로 치면 약 3천700억원이다. 반년만의 대화 재개를 위해 또 퍼준다는 말을 들을 수가 있다. 진정한 인도주의 및 상호협력의 명분을 살리기 위해서는 국회의 의결 절차를 밟는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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