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진출 32강 전력분석/러시아,벨기에,멕시코

러시아

연방 해체와 함께 내리막 길을 걸었던 러시아는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힘찬 재기를 노리고 있다.

러시아는 월드컵 본선 첫 출전이었던 58년 대회부터 3회 연속 8강에 올랐고 88년 서울올림픽에서는 우승하는 등 80년대까지 동구권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축구 강호였다.

그러나 연방 해체 이후 스포츠에서도 힘을 잃기 시작한 러시아는 90년 이탈리아, 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잇따라 16강 진출에 실패하고 98년 프랑스월드컵때는 본선에 조차 오르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8년만에 출전하는 한·일 월드컵은 예선과 본선 모두 러시아의 대진 운이 따르고 있다.

‘낙타가 바늘귀 뚫기’라는 유럽 지역예선에서 러시아는 슬로베니아와 스위스, 유고, 룩셈부르크 등 약체들과 맞붙어 7승 2무 1패의 성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본선에서도 러시아는 일본, 벨기에, 튀니지 등과 H조에 편성돼 최약체 조라는 평가속에 다른 출전국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전통적으로 4-4-2 포메이션을 구사하는 러시아는 개인기보다 미드필드를 중심으로 힘과 조직력을 앞세운 전형적인 유럽스타일이다.

세계적으로 내세울만한 스타플레이어는 없지만 최전방 스트라이커 블라디미르 베스차스트니흐와 센터백 빅토르 오놉코가 전력의 핵이다.

18세때 국가대표로 발탁됐던 베스차스트니흐는 지난 해 10월 스위스와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지역예선에서 7골을 터뜨린 골게터.

몸싸움에 강하고 순간 스피드, 고공 플레이 모두 뛰어나 상대 수비수들로부터 요주의 인물로 꼽히고 있다.

우크라이나 출신이지만 러시아 국가대표로 뛰고 있는 고참 오놉코는 스페인리그에서 활약중인 노련한 수비수.

풍부한 경험으로 기복없이 안정된 플레이를 펼치는 오놉코는 유리 니키포로프, 유리 콥툰 등과 마지노선을 구축, 예선 10경기에서 5골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99년부터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러시아 축구를 오랜 슬럼프에서 탈출시키며 일약 국민적인 영웅이 된 로만체프 감독에 의해 톱니바퀴같은 조직력을 완성한 러시아가 이번 월드컵에서 계속되는 행운속에 8강 진출을 재현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정민수기자 jms@kgib.co.kr

멕시코

통산 12번째 월드컵 본선에 나서는 멕시코는 현재 스페인과 함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위에 올라 있는 북중미의 맹주다.

한·일 월드컵 지역예선 16경기를 치르는 동안 마누엘 라푸엔테, 엔리케 메사, 하비에르 아기레 등 세 명의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고 선수 50명이 대표팀을 들락날락하는 고투 끝에 막판 5경기에서 4승 1무로 선전하며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지난해 7월 아기레 감독이 부임하면서 대표팀은 노장 미드필더 알베르토 가르시아 아스페를 복귀시키는 것을 비롯해 7명의 수비수와 5명의 미드필더를 새로 발탁하는 등 대수술을 단행, 전력강화를 가져왔다.

아기레 감독이 부임한 이후 라파엘 마르케스를 제외하고 모두 새 얼굴로 교체한 수비진은 막판 5경기에서 1골만 내줄 만큼 훌륭한 조직력을 갖추고 있다.

또 중앙에 서는 아스페를 중심으로 좌우 윙백인 헤라르도 토라도, 시히프레도 메르카도, 좌우 날개인 라몬 모랄레스, 헤수스 아레야노 등이 나서는 미드필드진은 중남미 특유의 주 공격루트인 중앙보다는 주로 측면을 통해 찬스를 만든다.

아스페가 중앙에서 양 측면으로 볼 배급을 하면 왼쪽의 모랄레스와 오른쪽의 아레야노가 돌파에 이어 크로스패스를 날리는 것이 멕시코의 주된 공격통로.

공격진은 99년 대륙간컵 득점왕인 쿠아우테모코 블랑코와 지난해 멕시코 올해의 선수인 하레드 보르헤티, 프란시스코 팔렌시아 등 28세 동갑 3인방이 이끈다.

특히 98년 월드컵 멤버인 블랑코는 아기레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월드컵 예선에서 4경기에 출장, 5골을 잡아낼 만큼 절정의 득점감각을 자랑해 본선에서도 활약이 기대되는 최고의 스트라이커.

골키퍼에는 튀는 호르헤 캄포스 대신 신예 오스카르 페레스가 골문을 지킬 예정이다.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볼을 양발사이에 끼고 수비수 2명을 뛰어넘는 특유의 기술로 한국을 괴롭혔던 블랑코는 풍부한 경험과 카리스마, 골결정력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

현재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에콰도르와 G조에 속한 가운데 16강 이상을 목표로 세운 멕시코는 1차전인 크로아티아와의 경기를 16강 진출에 최대 관건으로 삼고 있다./정민수기자 jms@kgib.co.kr

벨기에

‘붉은 악마’의 원조 벨기에.

이번이 11번째 본선무대이며 82년 스페인대회부터 6회 연속 진출할 정도로 월드컵 본선 단골 출전국가이지만 늘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86년 멕시코 대회 때 4강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며 이후 8강에도 올라보지 못했다.

특히 아시아 국가에 유난히 약해 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0대1로 졌고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한국과 1대1로 비겨 16강 진출이 좌절됐었다.

이번에도 주최국 일본과 첫판에서 격돌, 징크스를 이어갈 지가 관심거리.

이처럼 벨기에는 유럽에서도 ‘2류’로 치부되지만 와세이쥬 감독의 과감한 세대교체 단행 이후 만만치 않은 전력 증강을 이뤘다.

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간판 선수였던 루이스 올리베이라와 엔조 시포를 퇴출시키고 에밀 음펜자, 웨슬리 송크 등 신예를 기용한 것.

하지만 여전히 32세의 노장 마르코 빌모츠에게 플레이메이커를 맡길 수 밖에 없는 등 완전한 세대교체는 이루지 못했다.

빌모츠는 4-4-2 전형을 고수하는 벨기에의 해결사 역활을 하는 플레이어로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도 맡고 있으며 스피드와 체력, 그리고 정확한 중거리 슈팅 능력을 겸비한 5차례 월드컵 본선 출전의 백전노장이다.

벨기에의 공격 루트는 빌모츠에서 투톱 음펜자와 송크에게 연결되는 비교적 단순한 구도이나 상대 공격을 차단한 뒤 역습에 나섰을 때 매우 파괴력이 높다는 평가.

공세적으로 덤벼드는 강팀에게는 꽉 짜여진 수비진의 조직력이 돋보여 대등한 경기를 이끌기도 하지만 수비 위주의 약팀과의 경기는 제대로 풀어나가지 못하는 숙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한 듯 하다.

역시 최대의 약점은 주전들의 부상에 따른 컨디션 난조와 탁월한 스트라이커의 부재.

더욱이 빌모츠의 왼쪽 무릎부상, 음펜자의 허벅지 부상 등 주전 대부분이 최근까지 부상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져 본선에서 100%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의문시 되고 있다.

또 골잡이 음펜자와 송크는 유럽 6조예선에서 라트비아, 산마리노 등 약체와의 경기에서 골을 뽑아냈을 뿐이어서 본선에서의 활약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정민수기자 jms@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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