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4위 아쉬운 피날레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붉은 악마’는 태극기가 아닌 붉은 터키 국기를 흔들었고 터키 선수들은 태극기를 두르고 그라운드를 달렸다.

48년만에 다시 격돌했지만 남은 것은 ‘승패’가 아니라 진한 ‘우정’이었다.

그러나 아쉬움이 없을 수 없었다.

지난 한달여 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폭주기관차’ 한국대표팀은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마지막 경기를 패배로 끝내고 말았다.

한국은 29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대회 3·4위전에서 주전이 빠져 흐트러진 수비 라인의 공백을 메우고 못해 터키에 2대3으로 졌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 때 터키에 당한 0대7의 수모도 씻지 못했고 독일과의 준결승전에 이어 2경기 연속 1점차 패배를 감수해야 했다.

아쉬움은 곱씹을수록 서운했지만 이날 터키와 나눈 ‘우정’과 ‘감동’은 승리보다결코 처지는 것이 아니었다.

또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월드컵 첫 승과 16강, 그리고 8강을 넘어서 4강이라는 어마어마한 성적표를 받아 쥐는 대성공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전반 킥오프를 한 한국은 대회 올스타 멤버에 빛나는 홍명보의 어이없는 실수로 눈 깜짝할 사이인 11초만에 선제골을 허용했다.

유상철의 패스를 받은 홍명보가 아크 정면에서 컨트롤 미숙으로 만시즈에게 공을 빼앗겼고 만시즈가 살짝 건드린 공을 슈퀴르가 가볍게 골로 연결시켰다.

한국은 어이없는 실점 뒤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 9분 동점골을 넣었다.

아크 왼쪽 약 25m 지점에서 얻은 프리킥을 이을용이 절묘한 왼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터키 골문 오른쪽 상단 구석에 꽂았다.

하지만 4강전까지 완벽한 수비 조직력을 자랑했던 한국 수비는 최진철, 김태영 등 스리백 수비의 두 날개가 빠지면서 곳곳에 허점을 노출했고 전반 13분과 32분 역시 슈퀴르-만시즈 콤비에 연속 골을 내줬다.

1대3으로 전반을 마친 한국은 후반 초반 만회골을 넣기 위해 몸부림을 쳤으나 20분을 그대로 넘기면서 조급한 마음에 실수 연발이었다.

한국은 후반 중반 발빠른 차두리, 최태욱이 투입되면서 공격에 다소 활기를 찾았고 안정환, 송종국 등이 2∼3차례 결정적인 슈팅을 날리기도 했지만 터키 골키퍼 뤼슈틔 레치베르에게 번번이 막혔다.

그리고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인 후반 48분 송종국이 결국 한 골을 더했으나 더 이상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다./월드컵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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