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은 민선 2기의 임기 마지막 날을 뒤로 한 채 당선자들에게 바통을 넘기고 본연의 길로 되돌아가는 단체장들의 조촐한 이임식이 있었다.
지난 96년 11월 도내에선 유일하게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전임자의 남은 1년6개월과 민선 2기 4년의 임기를 무사히 마친 유관진 시장(65)은 이날 만감이 교차하는 듯 담담한 모습으로 부인과 함께 이임식을 가졌다.
키 163㎝ 체중 53㎏의 외소한 체격의 그는 지난 62년 화성군 당시 말단 공무원에서 오산시 기획감사실장(서기관)까지 34년간의 공직을 접고 보궐선거와 민선2기에서 연거푸 당선, 이임하는 날까지 40년을 오직 공직이란 외길을 걸어 온 장본인.
온화한 천성탓에 혹자는 추진력이 없다는 뒷말을 주저하지 않았지만 신청사 건립·이전, 도로망 개설, 하수종말처리장 가동 등 5년7개월동안의 재임기간중 밤낮으로 시와 주민들을 위해 고뇌하고 애쓴 발자취는 부정할 수 없는 땀의 결실이다.
식순 중간무렵 박신원 당선자(57)가 유 시장에게 꽃다발 증정과 함께 힘찬 악수를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는 장면은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말없는 눈빛에서 뭔가의 강렬한 전율을 느끼게 하는 분위기로 몰입시켰다.
지난 2000년 1월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날 부인이 빙판길에서 넘어져 중상을 입고 서울의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공무를 수행하던 터라 함께 동행하지 못한 미안함과 죄책감을 담은 심경을 당시에 글로 남겨 간직해 왔다며 식순에 없던 자작시 ‘당신도 알고 나도 알고’를 낭송하자 식장은 순간 소리없는 눈물바다를 이루고 말았다.
한참 지났을까 언제부턴가 老시장은 떨리는 음성과 어찌할 수 없는 아쉬움을 애써 쓸어 내리는 듯 했지만 어느새 그의 안경 넘어로 깊이 패인 두 눈가에는 뜨거운 눈물이 맺히고 말았다. /오산=조윤장기자 yjch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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