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태풍에도 일생이 있다. 형성기 성장기 최성기 쇠약기 등 4단계에 짧으면 일주일, 길면 일개월의 수명을 갖는다. 열대성 폭풍인 태풍은 한마디로 기압골 차이에 의한 대자연의 핵폭발이다. 1945년 일본의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보다 수천배, 수만배의 위력을 갖는다. 다만 자연재해이기 때문에 방사능 피해 등이 없을뿐 그 위력은 가히 공포의

대상이다.

한반도는 지형상 여름철엔 태풍을 계절풍처럼 맞게 돼 있다. 태풍이 지나는 길목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또 지형상 이점도 있다. 태풍의 통과 경로가 S자형으로 한반도를 완곡하게 지나게 돼있다. 대개는 태풍의 중심권에 드는 일본 열도보다 진행방향의 왼쪽 가장자리에 있게 된다. 게다가 한반도에 접근할 즈음이면 최성기의 위력을 잃는 경우가 많다.

제5호 태풍 ‘라마순’이 당초의 초대형급은 고사하고 중형급 위력조차 잃은게 최성기를 지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낮은 해수면 온도, 편서풍의 영향 등으로 그나마 더 줄었다. 그러나 강타당한 태풍도 많다. 인명피해가 100명이 넘는 것만도 1959년 태풍 사라호로 750명의 사망자를 낸 것을 비롯, 1963년 107명, 1979년 136명, 1881년 136명, 1987년 177명등 허다하다.

이번 태풍에 인명피해를 극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사전대책이 크게 주효한 탓이다. 예를 들면 기상예보에 맞춰 등산객 야영객 피서객들을 제한하거나 통제한 것은 눈에 드러나지 않은 큰 기여다. 특히 국민관광지가 많은 가평군 등 경기북부지역 행정당국의 이런 노고가 컸을 줄로 안다.

태풍은 꼭 무서운 불청객만은 아니다. 바다를 소용돌이쳐 연안 해수를 정화시키는 것은 태풍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대기도 정화시킨다. 각종 오물에 찌든 대기를 말끔하게 청소해주는 것도 태풍이 아니면 못할 일이다. ‘라마순’은 많은 비를 동반했다. 그렇지 않아도 가물었던차에 내린 비다. 밭작물엔 더 할수 없는 감로수였다.

‘태풍전야’ ‘태풍일과후’란 말이 있다. 올 태풍은 ‘라마순’한 차례로 끝나지 않는다. 벌써 태풍 ‘차타안’이 예고됐다. 앞으로도 몇차례 더 있을 것이다. 인간의 능력으로 태풍을 피할 수는 없어도 피해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는 것은 인간의 능력에 속한다. ‘태풍일과후’에도 ‘태풍전야’와 같은 간단없는 대비책이 요구된다. 이 여름 한철을 큰 태풍피해 없이 잘 넘기게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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