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山
서기보(9급)에서 사무관(5급)까지는 아득하다. 사무관에 오르면 가히 하늘의 별을 따는거나 다름이 없다. 사무관부터가 관헌의 관직이다. (관헌과 이속을 합친 말이 관리다) 고등학교를 나와 사무관에 올랐으면 얼마나 노력형인가를 짐작할만 하다. 남다른 노력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더 배우지 못한 게 한(恨)이었던지 주경야독으로 대학을 나와 대학원까지 다녔다. 공무원의 박봉으로 착실 근면하지 않으면 엄두를 못낼 일이다. 예산담당관을 지냈다. 공직에 현직과 한직의 구분이 있을까만은 두뇌와 업무능력이 인정되지 않으년 좀처럼 맡기 어려운 자리다. 일에 쫓겨 야근을 하기가 일쑤이면서도 공무원으로서 하는 일에 긍지를 갖는 자리이기도 하다.
경기도 예산담당관실의 이윤주사무관(47), 고인이 됐다. 엊그제 발인하면서 29년의 공무원 생활중 몸담았던 경기도청서 노제를 가졌다. 도청 직원 500여명이 참석해 뜨거운 동료애로 애도를 표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공무원사회의 인간적 응집력을 회복해 보이는 것 같아 눈길을 끌었다. 또한 고인의 애절한 죽음이 더욱 안타깝게 했다. 휴가가 어려워 주5일근무제 토요휴일을 이용, 모처럼 가족과 함께 물놀이 갔다가 물에 빠진 중학생 아들을 구하려다 함께 변을 당한 것이다. 가슴 아픈 부성애(父性愛)의 비극이다.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익사사고 혹은 구조자의 동반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매우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소중한 인명에 너무 허망한 생각을 갖게 한다. 실은 오늘의 이 난(欄)엔 장상 국무총리 지명자 인사청문회에 대해 말라려고 했다. 이를 접어두고 고인을 두고 언급하는 것은 부자의 변이 충격이기도 하고 도청 직원들의 애도가 감격스럽기도 하지만, 그가 열심히 산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게 많으나 열심히 산 인생처럼 아름다운 것도 드물다.
원숙한 아까운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고인과 그의 아들의 명복을 빈다. 아울러 졸지에 남편과 아들을 잃은 미망인에게 비탄에만 잠기기보단 삶의 용기를 갖는 것이 고인의 뜻일 것으로 믿는 깊은 위로를 보낸다. 회자정리(會者定離)의 이치가 정말 만유무상(萬有無常)하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