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옥신 대책 시급하다

평택의 한 산업쓰레기 소각장 인근 주민들의 혈중 다이옥신 농도가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부설 시민환경연구소는 최근 평택시 안중면 산업폐기물 소각장 인근 주민 10명(암환자 5·암환자 가족 3·일반인 2명)의 혈중 다이옥신 농도를 측정한 결과 평균 53.4ppt(1ppt=1조분의 1g)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고엽제의 다이옥신 성분으로 암과 기형아 출산 등 후유증에 시달리는 베트남의 호지민(28.0) 동나이(49.0)주민들보다 훨씬 높은 것이며, 국내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된 시화공단 주변 주민(16.62)보다 최고 6배 정도 높은 것이다. 특히 조사대상 가운데 유방암 환자의 혈중 다이옥신 농도가 92.9로 최고치를 기록한데 이어 위암환자 2명이 59.5와 62.17로 조사되는 등 건강주민 10∼20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이옥신은 산업쓰레기 등 염소를 포함하고 있는 물질의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발암성이 강한 물질이다. 이번 조사결과는 하루에 72t의 산업쓰레기를 처리하는 문제의 소각장에서 배출하는 다이옥신이 인근에 오염됐을 가능성과 함께 암 발병과의 연관성을 일단 의심케 하는 것으로 일대 경종이 아닐 수 없다.

다이옥신이 매우 위험한 물질이라는 것은 이론이 없으나 극미량의 다이옥신에 인체가 노출되었을 때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아직도 과학적 상식이 없다. 그래서 각국은 예방적 차원에서 엄격한 기준을 설정해 놓고 있다. 조사결과를 보면 94년부터 가동된 이 소각장이 다이옥신을 제거하기 위한 장치를 제대로 갖추었는지 궁금하고, 정부가 설정한 배출기준치(0.1나노그램)를 지켰는지도 의심스럽다. 또 단속당국이 배출기준치 초과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해왔는지도 의문이다.

관계당국은 이런 의문점들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또 소각장이 들어선 후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당국은 정확한 피해 파악을 위해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철저한 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지하수·토양·식품 등 조사대상을 넓히는 등 심층적인 연구작업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또 이미 가동중인 다른 지역의 소각장에 대해서도 측정결과를 공개하고 조사의 신빙성에 대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 다이옥신 제거장치를 갖추지 못한 소각장은 이를 갖추도록 해야 하며, 부실 시공된 소각장이 있지는 않은가 살펴야 한다. 차제에 소각장 건설과 운영방식을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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