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 지자체 평가제, 의미없다

자치행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하려는 ‘기초지방자치단체(시·군·구) 종합평가제’추진은 한 마디로 당치 않다. ‘지자체 길들이기용’이라는 게 훤히 보이는데 찬성할 지자체도 물론 없을 것이다. 그렇잖아도 전국 232개 기초지방자치단체는 그동안 상급기관의 각종 감사와 평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온 터다. 더구나 지자체 평가는 발상부터가 고압적이다.

행정자치부가 지난 달 28일 밝힌 종합평가계획은 자치단체간 경쟁을 통해 행정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고 민선 단체장을 포함한 지자체 공무원들의 업무에 대한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16개 시·도가 중앙 정부를 대신해 기초자치단체의 행정 성과와 주민 만족도 등을 매년 평가, 그 결과에 따라 국비보조 등에서 차등을 두겠다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지난 해 제정된 ‘정부 업무 등의 평가에 관한 기본법’에 따라 내년 시행을 목표로 기초지방자치단체 평가 방법을 마련중이라는 것이다.

행정자치부의 이 계획은 구태연한 발상이다. 관선시대에도 이와 비슷한 중앙정부의 행태가 있었다. 만일 이 계획이 시행된다면 지역특성에 따라 지방행정을 주로 추진하고 있는 지방자치행정이 주민을 위한 행정보다는 평가를 위한 행정으로 왜곡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다분히 있다. 평가에 따른 행정력 낭비도 보통 일이 아니다. 특히 정부부처 주관의 평가는 주민자치의 추세를 부정하고 지방자치제의 정책을 저해할 게 분명하다.

행자부의 지자체 평가는 업무의 중복면에서도 의미가 없다. 지방자치단체는 이미 감사원 감사, 정부합동감사, 정부예산심의, 지방의회, 때로는 국정감사까지 받고 있는 사실을 아마 잊은 모양이다.

행자부가 지자체의 업무 효율성 증대와 책임성 확보를 위해 굳이 평가를 해야 되겠다면 기존의 감사원 감사, 정부종합 합동감사 등을 폐지한 연후에 시행해야 할 것이다.

이제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에 맡겨라. 지방의회도 있고 각종 시민단체도 있다. 가장 무서운 주민들의 감시가 있다. 지자체와 마찰을 자초하지 말 것을 촉구해 둔다. 지자체의 반발때문이 아니라 행정상 이치가 그렇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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