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山
선사시대란 고고학상의 개념이다. 역사시대와는 달리 문헌적 사료가 없다. 유물, 유적 등 물질적 자료가 연구자료일 뿐이다. 신·구석기시대·청동기시대가 이에 해당한다.
27만년에서 10만년 전이라면 대체 얼마로 짐작되는 것일까. 우리의 역사가 올해 단기 4335년이다. 서기는 2002년이다. 반만년으로 쳐도 27만년이면 54배, 10만년이라 해도 20배다.
상상키 어려운 이 선사시대 유물의 보고가 있다. 연천군 전곡읍 전곡리 선사유적지다. 사적 268호로 지정돼 있다. 1978년에 발견돼 이듬해부터 1983년까지 여섯차례에 걸친 발굴조사가 있었다. 구석기시대의 가로날도끼, 돌망치 주먹도끼 등과 신석기시대의 간돌도끼 등 수많은 유물이 쏟아져나와 학계를 흥분시켰다. 인접한 한탄강을 무대로 한 태고적 옛날 선사인들의 취락지였던 집단생활을 상상하면 무척 흥미롭다. 따지고 보면 우린 그들의 후손인 것이다.
경기도 2청이 전곡선사유적지를 종합관광지로 개발할 계획을 세운 것은 있을법 하다. 내년부터 2010년까지 8차년 계획으로 1천643억원을 투입, 한탄강과 연계한 30만평에 역사·문화·휴양시설을 갖춘 종합관광지로 본격 개발한다는 것이다.
계획은 좋지만 당부가 없을 수 없다. 이 지역은 장차 한반도 중핵지대이다. 아주 멀리 내다보는 안목으로 설계돼야 한다. 눈앞만 보는 단견으로는 성공이 어렵다. 또 중요한 것은 역사·문화·휴양시설이 선사시대 유적지의 이미지를 훼손해서는 개발의 가치가 없다. 선사유적지의 관광화는 선사유적의 체취 그대로가 물씬 풍겨야 관광지 구실이 가능하다. 이러지 못한 투자는 효과가 있을 수 없다.
어디까지나 고고학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선사유적지만이 아니고 관련 시설 역시 고고학 전문가들의 감정을 받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계획 단계부터 문화재 당국과 긴밀한 유대를 가져야 한다. 선사유적지 또한 문화재다. 문화재는 한번 훼손되면 본연의 복원이 불가능하다. 관변 위주의 개발이라는 미명으로 선사유적지가 훼손되거나 이미지가 손상되는 일이 있어서는 아예 손대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 학계에서도 평가받는 종합관광지 개발이 이루어지기를 거듭 당부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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