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세제개편안을 통해 내년부터 비과세저축을 대거 폐지키로 했다. 은행 수신을 권장해야 할 정부가 이에 역행하는 것은 유휴자금의 수익률을 낮추어 주식시장으로 몰고 가기 위해서다. 비과세 혜택을 없애기로 한 근로자우대저축의 수신고는 10조원이 넘는다. 이밖의 투자상품에도 3조8천700여억원이 들어 있다. 약 14조의 이런 돈을 압박해 주식시장으로 유입할 의향을 정부는 갖고 있지만 그렇게 되긴 어려울 것
같다. 주식시장 보다는 되레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갈 공산이 높다. 수익성이 높고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한동안 전매권 허용등 부동산 시장에 거품을 넣던 정부가 이제는 부동산 투기가 말썽이 되자 강도 높은 억제책을 강구하겠다는 등 부동산시장을 속박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속사정은 여전히 뜨겁다. 정부 자신이 수도권개발이라는 미명으로 투기를 충동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수익이 주식시장보다 높고 안전한 것 역시 이같은 정부 시책에 기인한다. 여유자금의 부동산 투입 열기를 타고 사기 행각이 판을 치는 지경이다. 전문가도 알아보기 어려운 가짜 분양계약서가 나도는가 하면 근거없는 개발정보를 내세워 투자자를 유혹하는 사례가 빈발한 것으로 들린다. 가짜
분양계약서는 도심지역, 가짜 개발정보는 도시변두리나 휴전선 서해안 등지서 특히 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가 앞장선 수도권 난개발이 부동산 시장을 이 모양으로 만들어 버렸다. 정부는 또 2020년까지 수도권에 1억평 상당을 개발한다는 장기계획을 발표했다. 수도권 집중억제를 위해 대학, 산업 입지규제 등을 지속하겠다면서 제3차 수도권정비계획(2002년∼2020년)에 이같은 수도권개발용지계획을 포함하는 것은 혼선을 일으키지만 어떻든 부동산시장을 자극하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바라는 수도권 개발은 국가경쟁력 제고와 관련한 입지규제의 완화에 있지, 주거환경의 질을 떨어뜨리는 택지개발에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이처럼 부동산시장을 고무케 하면서 고강도의 투기억제책을 말하는 것은 넌센스다. 정책결함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비과세 저축을 없애면 연 4%선의 저리로 만족할 예금자는 별로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렇다고 압박한 예금액이 주식시장으로 대거 유입될 가능성 또한 희박하다. 결국 부동산시장만 규모가 커진다. 투기억제책은 언제나 미봉책이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하는 일이 갈수록이 점점 더 사회를 어렵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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