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묵화의 다양한 필법 속에 한국의 빛과 정취를 얹어놓은 그림. 조선족 작가 정동수씨(63)의 초대전이 3일부터 12일까지 수원미술전시관에서 열린다.
정화백의 그림은 분명 한국 수묵화와는 다르다. 하지만 그 독특한 화법 속에 한국의 느낌이 얼비친다. 무엇을 애써 표현하기 보다는 끊임없는 사색을 통해 자신만이 본 시각적 잔영을 화폭에 그대로 옮겨놓는다. 안간힘을 쓰지 않고 임의적으로 마음가는 대로 그려 답답하지 않은 시원함을 주는 것이 정동수 그림의 원형이다.
정화백의 이번 전시는 한국에서의 두번째 개인전. 1990년 서울 백상기념관에서 고구려 고분벽화 작품들로 이뤄진 첫 개인전을 연 이후 12년만이다. 그는 최근의 작품보다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왕성하게 활동할 때의 작품 100점을 모아 전시하고 있다.
미술관 1전시실에는 그의 전공인 인물사상화 52점이 걸려있다. ‘망향’이라는 실향민의 애환을 표현한 작품 외에 특별히 주제의식을 나타낸 작품은 없다. 그가 중국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수묵화를 가르칠때처럼 인물을 보이는 대로 표현한 것이 전부다.
‘청년농부’‘대장장이’‘북치는 사람’은 82년 그린 작품으로 모델을 앞에 세워 놓고 보여지는 느낌대로 그렸다. 정씨가 오랜 세월 그려온 인물사상화를 대표하는 작품들인 만큼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고 한다.
뒷짐 지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을 그린 ‘청말기의 지식인’에선 불평을 일삼고 욕심이 많은 지식분자들의 자태를 표현했다. 그외에도 남방지역 인물의 특성을 표현한 ‘장족여자’와 ‘소흥의 남자’, 북방인들의 생활모습을 고스란히 담고있는 ‘농부’와 ‘광부’에선 지역색을 읽을 수 있다.
한켠에는 중국수묵화의 정수인 풍원, 류국휘, 오산명의 작품들을 모사한 ‘여자아이’‘강남아가씨’등의 작품들이 있다. 이 작품들은 원작자가 자신의 작품과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흡사하다.
2전시실에는 23점의 산수화가 걸려있다. 정씨는 인물화를 그리다 짬을 내서 산수화를 그린다. 그는 입구 정면에 걸린 백두산의 밀림과 폭포를 상상으로 만들어낸 작품을 자랑한다.
3전시실에는 두달 남짓 작업한 25점의 누드화가 걸려있다. 탁한감을 벗어나 유연감과 색체적 성감 등을 현대적으로 표현했다.
40여년간 그림을 그려온 정씨는 12년전 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을때 조선민족의 풍토가 고스라니 담긴 역사적인 그림을 그릴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아직 그 꿈을 실현은 못했지만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오는 8일(일) 오후 2시에는 정화백이 관람객들 앞에서 사군자를 직접 그리는 이벤트를 마련하고 저렴한 가격에 작품도 판매한다. 257-2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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