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재민 참상과 ‘성금’모금

태풍 ‘루사’의 피해가 정말 참혹하다. 인명피해 220여명, 재산손실 3조원대, 이재민 5만여명 등을 냈다. 중앙재해대책본부의 굼벵이 잠정집계가 이러하다. 피해 상황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수재현장의 참상은 한마디로 날벼락이다. 강원도 삼척의 한 마을은 수해로 도로가 끊긴 바람에 며칠째 철길로 걸어 생수와 라면 등을 나르고 있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약과다. 잠 잘곳이 없어 학교 같은데서 담요조차 모자라 새우잠을 자고, 헬기서 떨어뜨려 주는 컵라면 생수로 연명하면서 밤이면 촛불에 의존하는 고립 마을의 난민생활이 강원, 영남, 호남, 충북 등서 수십곳에 이른 것으로 전한다.

여기에 피부병 설사병 눈병이 번져 엎친데 덮친 고통까지 가중하고 있다. 물끓일 휴대용 가스레인지, 생필품, 구급약품 등이 절실한 수해지구에 정부는 아직도 체계있는 구호품이나 의료지원을 못한채 특별 재해지역 선포마저 갈팡질팡 하는 등 본격 재해대책이 지연되고 있다.

성난 수재민 민심은 정치인이나 고관들의 생색내기 방문을 거부하는 지경이다. 지자체가 이들의 영접으로 인해 오히려 지방재해대책에 시간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그런 겉치레 위문보다 의료봉사와 생필품 지원이 하루가 시급한 가운데 전국에서 모여드는 자원봉사자들이 멍든 재해민들의 가슴을 달래주고 있다. 직장인들은 휴가를 내면서까지 자원봉사자로 나서 흙탕물에 잠긴 가재도구 등을 세척하는 등 무엇부터 어떻게 할지 몰라 망연자실한 수재민의 손발이 되어주고, 여성봉사자들은 밥을 지어 끼니를 잇게 해주는 등 폐허속에 온정을 꽃피우고 있다.

수재민에게 필요한 것은 재기의 용기를 실어주는 이웃의 도움이다. 집을 잃거나 폐농 등 생계의 수단을 잃은 재해민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보태주는 것은 바로 우리들 몫이다. 다행히 수재민돕기 모금에 많은 의연금이 답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따뜻한 사회정서의 반영으로 보아져 고무적이다. 이런 가운데 1억509만원을 본사에 기탁해온 독지가가 있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성금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으로 많든 적든 다 고마워 금액을 말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용인 수지에 사는 이남림씨 일가족이 거금을 쾌척한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도덕성 높은 결단으로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국민의 이런 충정을 헤아려서라도 수재민 대책에 만전을 기하고 앞으로의 수재예방을 위한 특단의 노력을 기울이는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아울러 수재민들은 재기의 용기를 가져주기 바라면서 수재민돕기 모금에 지속적인 지역사회의 참여가 있어 주기를 간곡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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