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주5일 근무제 단독 확정에 따른 근로기준법개정안을 정기국회에 내게 됐으나 과연 국내 실정에 합당한 것인지 의구심이 제기된다. 1인당 국민소득이 8천900달러에 머문 우리가 3만7천달러에 이른 일본이나 서구 등 경제강국보다 놀고 먹는 휴일이 더 많은 것 부터가 설명되기 어렵다. 개정안은 연간 휴일 136∼146일로 하여 일본의 휴일수 129∼139일보다 높다.
오히려 소비에 치우쳐 근로의 질을 이완시킬 우려가 다분하다. 기업 경쟁력과 경제적 충격에 대한 고려가 근로자의 복리증진에 밀려도 된다고 믿을 순 없다. 물론 근로자의 복리는 아주 중요하다. 문제는 생산이 없는 소비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이 균형을 이루는 조화가 추구돼야 한다. 정부는 노사정위 논의사항을 통해 재계와 노동계의 의견을 충분히 조정했다고 하나 재계와 노동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재계는 근로기준법개정안이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노동계는 중소기업에 대한 실시시기를 늦추는 등 노동법을 개악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노·사·정의 합의안으로 해도 막상 시행단계에서는 여러가지 문제점이 생기는 충돌 요인이 있다. 하물며 정부단독안 추진으로 분쟁 조정능력을 갖기는 심히 어렵다.
무엇보다 걱정스런 것은 천차만별의 중소기업에 대해 무차별로 적용되는 점이다. 사업장에 따라서는 큰 부담이 될 충격을 도외시한 것은 정부안의 맹점이다. 다만 종업원 인원수에 따라 시행시기를 2006년 7월까지 단계적 구분을 두긴 했으나 이 역시 부작용의 소지가 있다. 적용시기를 늦추기 위해 종업원의 신규채용을 피하는 고용불안의 요소가 될수 있기 때문이다.
주5일 근무제가 되면 노는 날이 현재보다 30∼40%가 는다.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부문 근무, 학교수업도 5일로 줄어든다. 이유는 잘 사는 나라에선 다 그렇게 하니까 우리도 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주5일 근무제를 않는 나라는 우리뿐이라지만 회원국 가운데 우리보다 못한 나라는 없다.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긴 하나, 공약이라고 다 규제력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대선공약 중엔 예컨대 대학졸업 국가고시제, 자치경찰 등 착수조차 않은 것이 더 많다. 결국은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대중영합주의를 위해 밀어 붙이는 것으로 판단된다. 시행한다 해도 정부 단독안으로는 안된다. 국회에서 각계의 의견이 반영되는 충분한 심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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