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남편

/淸河

유럽에서는 매주 한 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동거남의 가정폭력에 의해 살해당한다. 유럽회의(Council Of Europe)가 최근 내놓은 소식이다. 15∼44세 여성 중 가정폭력으로 죽거나 장애인이 되는 사람이 암과 교통사고, 전쟁으로 그렇게 되는 경우보다 많다니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가정폭력은 신체적 폭력과 성폭력, 강간과 위협 등 모든 형태로 나타난다. 언어폭력과 모욕, 위협 등 심리적 폭력은 더 나쁜 영향을 미쳐 여성이 훗날 삶의 의욕마저 잃게 한다.

지난 한해 동안 프랑스에서만 135만여명의 여성이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됐다. 러시아에서는 해마다 1만3천여명의 여성이 살해됐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남편의 폭력, 주로 성폭력이 날로 늘어난다고 ‘한국여성의 전화연합’이 엊그제 발표했다. 야구방망이 등으로 위협하거나 구타한 후 성관계를 강요한다니 변태가 분명하다.

매 맞는 아내 중 67%가 남편의 일방적 성관계 등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행위를 남편은 ‘부부싸움 후 화해’로, 아내는 ‘구타 후 강간’으로 인식하는 등 남녀의 인식차가 크다. 더구나 배우자의 성폭력은 범죄가 아니라는 사회적 인식이 팽배해 피해여성의 84%가 도움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가정폭력이 시작된 시기는 결혼 전부터 결혼 후 1년 미만이 55%로 절반이 넘는다. 연애시절과 신혼초기에 여자가 남자의 폭력대상이 된다는 것은 비극이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내들 대부분이 순결을 빼앗겨서(15.7%), 임신을 했기 때문에(9.4%), 강요나 협박에 의해(6.6%) 결혼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순결이데올로기가 배우자의 폭력을 조장한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셈이다.

남편에겐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례가 존재하는 등 우리 사회에는 부부관계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아내 강간을 적극적으로 처벌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배우자 성폭력에 대한 구체적 조항을 가정폭력 방지법 혹은 성폭력 특별법에 신설,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성단체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동서를 막론하고 남편들의 각성과 인격도야가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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