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아시아드 - 영광의 얼굴

- 싹쓸이 대미 장식한 ’태극남매’

정구 여자 단체, 여자 복식, 혼합복식에서 3관왕을 이뤄낸 김서운(25·수원시청)은 신세대 여성답게 톡톡 튀는 멘트와 귀여운 외모로 시선을 사로 잡아.

유영동과 함께 한국이 금메달 7개를 싹쓸이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한 여자대표팀 주장 김서운이 경기 후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빨리 씻고 자는 일”.

음식 조절과 체력 관리에 일가견이 있다는 김서운은 “3관왕은 생각도 못했다. 감독님과 동료들, 수원시장님께 감사드린다”며 들뜬 표정으로 소감을 밝힌 뒤 “특히 혼합복식에서는 영동이 오빠가 너무 잘해줘서 이길 수 있었다”며 겸손.

시종 생글생글 웃음을 감추지 못하던 김서운은 그러나 갑자기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아시안게임 같은 큰 행사 때만 그러지 말고 평소 정구에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털어놓기도.

한편 남자 3관왕에 오른 유영동(28·순천시청)은 지난 3일 남자 단체전 금메달에 이어 이날 남자 복식과 혼합복식에서 2개의 금메달을 추가한 것으로 살아 생전 다 갚지 못한 아버님의 은혜에 보답.

유영동은 3관왕에 오른 뒤 “아버지가 한달 전 돌아가셔 가장 슬픈 선물을 주셨지만 오늘은 가장 기쁜 선물을 주신 것 같다”며 뿌듯해 하는 모습.

특히 유영동은 경기 시작전 “아버지 금메달을 딸 수 잇도록 도와주세요”라고 기도했는데 뜻대로 이뤄졌다며 고인이 된 아버님께 영광을 돌리기도.

- 레슬링 자유형 66Kg급 금 백진국

한국레슬링의 차세대 스타 백진국(26·삼성생명)이 자유형 66㎏급에서 금메달을 획득, ‘맞수’ 장재성(주택공사)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

백진국은 당대 최강자였던 장재성과 같은 체급에서 활동, 오랜 무명의 세월을 보낸 인물로 시드니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번번이 패해 태극마크의 꿈을 접는 설움.

유연성이 좋고 태클 등 좀처럼 상대에게 공격기회를 주지 않는 ‘흔들기’ 스탠딩이 특기인 백진국이 볕을 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부터.

2001 폴란드오픈과 동아시아회 올 자유형월드컵에서 거푸 우승 한 뒤 거의 이겨보지 못했던 장재성을 꺾고 태극마크를 다는 등 뒤늦게 기량을 발휘.

영도중에서 레슬링에 입문, 강서고와 한체대를 거친 백진국이 오늘에 이른 원동력은 아버지 백남석(52)씨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으로 자영업을 하면서도 오래전부터 아들이 경기를 할 때마다 경기장을 찾아 비디오로 움직임 하나하나를 촬영, 장·단점을 분석해 주는 코치 역할도 겸한 것.

레슬링계는 시드니올림픽 우승자인 다비르 알리레자(이란)를 누른 자신감을 바탕으로 백진국이 갈수록 위력을 발휘, 향후 ‘효자종목’ 레슬링의 간판스타로 자리할 것으로 기대.

- 두 자녀 둔 늦깎이 ’주부 명사수’ 김연희

사격 여자 스키트 단체전에서 한국의 금메달을 일궈낸 김연희(42·경기일반)는 실업팀에 소속되지 않고 ‘경기도 일반 선수’로 출전한 이색 경력의 주부 명사수.

지난 81년 사격부대에 발탁된 인연으로 남자도 힘들다는 클레이 종목을 선택한 그는 결혼과 자녀 출산 후 최근 들어서야 아마추어 자격으로 국제대회에 명함을 내밀어.

그는 공무원인 남편과 초·중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을 두고 살림을 하면서도 순수하게 사격이 좋아 총을 잡고 있는 선수라고 사격인들이 이구동성.

지난 95년 UIT 서울월드컵대회에서 더블트랩 개인 20위를 차지한 이후 한동안 대회 성적을 내지 못하던 김연희는 올해 세계사격선수권대회 스키트에서 개인 10위권에 들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아시아클레이선수권에서 단체 1위를 하면서 메달 가능성을 예고.

대표팀의 ‘맏언니’로서 심리적으로 흔들리기 쉬운 여자 후배들을 다독이는 역할도 도맡고 있는 그녀는 2일 북한 여자트랩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리혜경(33)과는 91년 한 국제대회에서 쌓았던 정을 ‘11년 만의 재회’를 통해 다시 나눠 화제를 모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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