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9일 실시되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최근 중앙 정치권은 물론이고 각 지역에서 수도권 집중화를 해소하고 지역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행정수도 이전과 지방분권론’이 한창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경기·인천·서울 등 수도권을 제외한 부산·경남·대구·전남·대전·충북·강원 등 6개 시·도는 분권운동 전국 연대조직을 창립하는 등 지방분권을 위한 체계적인준비에 나서고 있어 지방분권 문제는 이번 대선을 기점으로 정점에 이를 전망이다.
21세기 지방화시대를 본격적으로 대비하고 지방의 자치권을 확립하는 한편 수도권의집중화를 해소하기 위한 명분하에 전국적으로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지방분권론에 대한허와 실을 집중 점검해 본다.
◇정치권의 행정수도 이전과 지방분권론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지방분권은 수도권의 집중화를 해소하고 빈사상태에 있는 지방의 균형발전을 모색한다는 아주 평범한 논리에서 시작되고 있는듯 하지만 속내는 ‘표’를 의식한 공약으로 풀이된다.
각 후보들은 ‘행정수도 이전’, ‘일부 중앙부처 및 공공기관 이전’, ‘대기업의 본사 지방이전’, ‘대통령 집무실의 지방이전’등을 대안으로 지방분권론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 문제를 가장 먼저, 그리고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나선 후보는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다.
노 후보는 지난달 30일 중앙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연설에서 “수도권 집중과 비대화는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국가적 결단이 필요하다”며 “지역경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충청권에 행정수도를 건설, 청와대와 중앙부처부터 옮겨 가겠다”고 밝혀 수도권 분산과 지방분권의 불을 댕겼다.
노 후보는 이어 지난 8일 경실련 초청 토론회에서도 행정수도 이전을 묻는 질문에 대해 “청부청사는 15만평으로 늘려도 평당 700만원을 잡으면 1조원이다. 기간시설을 포함해 2조∼3조원이면 된다”며 행정수도 이전을 보다 구체화했다.
특히 반대여론 에 대해서는 “수도권에 특수이익을 가진 기득권층, 언론과 정치를 지배하는 사람들이이런저런 핑계를 대서 반대여론을 일으킬 것이다”고 우려하면서도“그러나 보통사람들은 좋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어 ‘행정수도 이전은 지방분권화 및지방활성화를 물론 수도권 문제 해결을 위한 결정적인 계기’라는 결론하에 구상중인 행정수도의 밑그림까지 제시했다.
민주당이 제시한 새 수도는 인구 50만명에서 장기적으로 100만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이며 청와대 및 비경제부처∼경제부처∼국회 순으로 이전하게 된다.
소요비용은 50만명 기준으로 5조4천억원 정도 추정했고 공공청사 매각대금 및 개발토지 매각대금으로 이를 충당하고 이전은 10년계획으로 추진하되 차기정부 임개내에 부지를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같은 노 후보측의 행정수도 이전을 통한 지방분권화에 대해서는 ‘ 수도이전은 반대, 그러나 수도권 집중화 방지를 위한 관련기관들의 지방이전을 통한 지방분권은 찬성’이라는 입장이다.
이 후보측은 행정수도 이전론이 제기되자 “수도권 인구집중이나 전국의 균형개발 을 위해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문제는 오랫동안 검토한 끝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 다는 결론에 도달한 문제”라며 “다만 청단위의 정부기관과 3군 본부에 이어 일부 부처를 대전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이어 지난 1일 경실련 초청토론회에서 “정부가 지방경제와 지역균형 개발에 앞장서기 위해 일부 중앙부처 및 공공기관, 정부 산하단체, 국·공립대학의 지방이전을 적극 추진하고 민간기업이 뒤따라 이전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며 “특히 수도권 정비 및 지역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해 수도권의 기능 이전과 범정부 차원의 지역균형발전 규정을 명문화 하겠다”고 밝혔다.
정몽준 의원측은 이 문제와 관련, 다소 유보적이다.
정 후보측은 “수도의 이전은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며 “다만 대기업이 공장이 있는 지방으로 본사를 이전하면 경제력도 분산되고 좋은 학교도 설립돼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정 후보는 그러면서도 “출·퇴근 하는 대통령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청와대 이전 및 기능전환에 대해 면밀한 검토를 하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도 지난 10일 경실련 초청 토론회에서 “ 수도권 집중화는 행정수도 이전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며 “막대한 재원을 필요로하는 행정수도 이전에 앞서 중앙정부의 권이 지방정부로 이양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서울 공화국이 해체되면 교육기관, 대기업 등의 지방이전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선 지방분권화 후 수도이전을 주장했다.
◇ 본격화되는 지방분권화 움직임
지방살리기 운동을 추진해온 지방분권운동조직은 다음달 7일 경북대에서 부산 경남 대구 전남 대전 충남 충북 등 전국 6개 지방분권운동 본부가 연대한 전국 조직이 출범시킬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최근 정치권에서 불고 있는 행정수도 및 중앙행정부의 지방이전을 비롯 ▲기관위임사무 폐지 및 행정기관의 지방이전 ▲지방소득세 및 지방소비세 도입 ▲지방교부세 인상 ▲지방대학육성 및 인재지역할당제 도입 등 10 의제를 채택하고 이를 실현시켜 나가는데 힘을 모아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선을 앞두고 각계각층의 지지선언 및 서명을 이끌어 내는 방안과 대토론회 및 전국 집회 개최 등을 통해 이를 실현해 나간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국 시·도의회 의장단협의회도 지방분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국회의 국정감사 반대나 교육자치 및 일반자치의 통합, 의회의 인사권 독립 등에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모두 이런 맥락이다.
특히 이들은 대선을 앞두고 지방자치 및 지방분권에 대한 이론적 논리적 대응방안 을 보다 구체화할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경기도의회 Y 의원은 “지방분권이 이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하향식 공천이나 당에 얽매이는 현재의 정치틀을 벗어나 지방의원 스스로가 활동하는 영역을 보장받아야 한다”며 “특히 대선을 앞두고 지방의원들이 힘을 모아 이를 관철할 수 있는 역 량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찬반논란
행정수도과 이를 통한 지방분권에 대한 여론은 찬반으로 갈리고 있다.
찬성의견은 역대 정부가 수도권 분산시책을 펴 왔으나 ‘기형적인 국토’ 구조는 변화하지 않고 있는 만큼 획기적인 대책이 마련되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45%이상이, 공공기관의 82%이상이, 100대 기업 본사의 95%이상이 집중되어 있는 만큼 행정수도의 이전없이는 지역균형발전은 이룰 수 없고 이에 따라 지방분권도 기대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반대하는 측은 우선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들고 있다.
행정수도를 옮기기 위해서는 ㅊ최소한 40조원이상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지정학적으로도 한민족의 중심이 더이상 남쪽으로 내려갈 경우, 통일 한국의 중심 지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없고 통일시에는 또다시 행정수도 이전문제가 불거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현재는 침묵하고 있으나 정작 행정수도 이전이 본격화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수도권 주민들의 반발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경기도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수도권 집중화를 방지하고 지방분권을 강화하기 위한 행정수도 이전문제는 외형적으로는 매우 타당성이 있어 보이지만 실현까지는 난제가 너무많다”며 “이같이 중요한 문제를 선거때마다 핫이슈화 하기보다는 정권차원에서 장기적인 안목과 검토를 거쳐 추진, 국민적 동의를 얻은 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말했다.
/정일형기자 ihjung@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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