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양은(논설위원)
온통 쇼 판이다. 대선 판도가 이렇다. 언론은 1강2중 구도라고 한다. 1강은 한나라당 이회창, 2중은 21국민연합 정몽준과 민주당 노무현이다. 이 밑에 8약이 있다. 가나다 순으로 꼽아 권영길(민주노동당) 김영규(사회당) 김옥선(우리겨레당) 김허남(복지민주통일당) 명승희(민주광명당) 서상록(노년권익보호당) 장세동(무소속) 허경영(민주공화당) 등이다.
이 중 권영길만 그런대로 후보 대접을 받고 장세동은 화제삼아 신문에 가끔 오르내리고 있다. 나머지 6명은 그런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 잘 모른다. 이들이 자칫 몰수 당할지 모를 공탁금 5억원을 걸고 다 법정 대선가도를 출발, 완주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어떻든 지금의 후보군은 11명이다. 그렇다고 대통령 감의 인물이 그만큼 많다고는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쇼 판이기 때문이다. 하긴, 1강2중도 쇼 판인 판에 ‘대통령 후보’로 만도 만족해 하는 제멋대로의 8약 쇼 판이 없으라는 법은 없을 것 같다. 8약의 쇼가 제멋대로인데 비해 1강2중의 쇼엔 나름대로 이유가 있긴 있다. 이들의 쇼는 주로 청와대와의 관계다. DJ ‘김심’이 어디에 있는 지를 단언할 수는 없다. 그도 다분히 오락가락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쪽에서 보기보다는 차라리 후보 쪽에서 보는 것이 더 쉬운 게 작금의 상황이다.
쇼는 2중 쪽이 더욱 심하다. 정몽준과 노무현, 노무현과 정몽준은 누구보다 대북정책에서는 청와대가 우선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두 사람이 다 산업은행 4천억원 대출의혹의 규명을 요구하긴 했지만 그건 말뿐인 쇼다. 햇볕정책의 계승자로는 남북관계에 상호주의를 주장하는 이회창보단 이들 두 사람이 청와대가 보기에 확실하다. 노무현은 이념적 수제자고 정몽준은 선친이 소 떼 몰이를 시작으로 오늘의 남북관계에 다리역할을 한 기득권적 인연이 있다.
문제는 당선 가능성이다. 당선 가능성을 놓고 저울질 당하면서 말이 많았다. 청와대 배후설이 그것이다. 민주당 경선 때 이인제로부터 청와대 배후설을 제기당한 노무현이 정몽준을 두고 역시 같은 배후설을 제기한 것은 무척 흥미롭다. 동교동계의 향방은 그 바로미터다. 한동안 이내 갈라설 것으로 보이던 한화갑 등이 친노세력과 함께 주저앉은 것은 언제 또 어떻게 될진 몰라도 일단은 그 이유가 짐작된다. 하지만 정몽준에게도 믿는 구석은 있다. 그것은 더 두고 봐야한다.
분명해 보이는 것은 두 사람의 DJ 차별화는 험구를 뭐라고 쏟던 쇼라는 사실이다. 차별화로 노리는 더 많은 표와 그래도 적은 표나마 비차별화가 지닌 표를 더불어 얻고자하는 쇼인 것이다. 근래 들어선 이회창도 쇼를 하긴 한다. 청와대 안 때리기로 DJ 보듬기에 나섰다. 이러다 보니 항간에 믿거나 말거나 하는 집권 후의 보호 묵계설이 나돌기도 한다.
조석으로 변덕이 심하고 구석 구석이 미로같은 그들 속을 민초들이 알 길은 없다. 자신들 역시 믿을 수 없는 것이 그들의 세계이기도 하다. 해서, 사투리에 따까리로고도 하는 딱지를 생각해 본다. 1강2중에게는 체질상 지닌 부스럼이 저마다 있다. 부스럼이 나아 딱지가 떨어지려면 속살이 돋아나야 한다. 억지로 떼면 상처가 도진다. 지금은 부스럼이 다 나은 것 같아도 딱지를 억지로 뗄 수 없는 단계다. 그러나 딱지는 어차피 제살이 아니다. 나중엔 제풀에 떨어진다.
이러한 딱지들이 눈에 훤히 드러나 보이는데도 속살로 착각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 대선 판도가 이처럼 쇼 판이긴 해도 어차피 그 중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데 민초들의 고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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