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피아니스트

“당혹스럽다. 변태적이다”, “정말 사실적이다. 놀라울 만큼 지적이다”

29일 개봉하는 영화 ‘피아니스트’(원제 La Pianiste)는 2001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남녀 주연배우상을 석권한 영화. 중년의 음대 교수인 여주인공의 성적 일탈이 충격적일 만큼 사실적이며 그만큼 보는 이에 따라 영화에 대한 반응은 여러 가지로 달라질 것 같다.

40대의 독신녀 에리카(이자벨 위페르)는 빈 음악학교의 저명한 교수이자 사랑받는 피아니스트다. 감정을 철저하게 절제하며 작은 것 하나하나 틀림 없이 완벽한 연주를 강조하는 그녀는 자녀에게 일생을 헌신했다며 사사건건 간섭하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평생 남자친구 하나 없이 홀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그녀가 성적 욕망을 표출하는 방식은 평범하지 않다. 에리카는 섹스숍에 혼자 들러 포르노비디오를 보거나 자동차극장에서 어슬렁거리며 카섹스하는 연인들 훔쳐보고 심지어는 자신의 성기에 상처를 내고 피를 흘리기까지 한다.

어느날 그녀에게 매력적인 남학생 클레메(브누아 마지멜)가 사랑을 고백한다. 클레메는 공대 출신으로 피아노 연주에도 상당한 재능을 보이는 학생. 특유의 냉정함으로 클레메를 거부하던 에리카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마음을 연다. 하지만 그녀가 요구하는 사랑은 클레메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것. 자신만이 주도하는 변태적인 성행위를 계속 요구하던 그녀는 클레메 앞에 채찍이나 재갈 수갑 등을 늘어놓으며 마조히즘적인 행위를 요구하기에 이르는데…

지난해 칸영화제 기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감독은 “영화의 메시지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 영화는 아무 메시지도 없다”며 “메시지는 우체국 가서부치는 것 아닌가?”라고 답했다고 한다.

보는 이에 따라서 영화는 서투른 사랑의 가슴아픔을 이야기하는 것일 수 있겠고 성의 정치학이라는 측면에서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며 마음속 깊숙이 있는 변태적 사랑 혹은 본성에 대한 진지한 탐구쯤으로 받아들여질 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엽기적이고 변태적인 성행위만 넘쳐나는 불쾌한 영화로 와닿는 관객들도 있을 것 같다.

영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관객들의 몫. 하지만, 이의를 제기하기 힘든 것은 칸영화제 사상 유래가 없었다던 한 영화의 남녀주연상 동시석권을 가능케 한 두 배우의 열연이다

‘천국의 문’ 등 6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프랑스 영화를 이끌어온 이자벨 위페르는 욕망과 성의 억압에 고통받는 에리카를 터질 것 같은 에너지로 표현하고 있다. 클레메 역의 브누아 마지멜은 ‘파리에서의 마지막 키스’, ‘왕의 춤’ 등에 출연했으며 ‘퐁네프의 연인들’의 줄리엣 비노쉬의 남편이다. 18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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