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지역의 추위를 피해 한반도를 찾은 독수리(천연기념물 243호)들이 굶거나 농약 등 독극물에 의해 해마다 희생되고 있지만 별다른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연중행사처럼 독수리들이 죽어가고 있다.
지난 2000년 20마리의 독수리가 죽은데 이어 지난해 9마리가 죽고 9마리가 중태에 빠지는 사례가 발생한데 이어 올해도 지난 20∼21일 비무장지대 대성동 자유의 마을 앞 들녘에서 독수리 6마리가 죽고 6마리에 중태에 빠졌다.
이 기간중 이 지역을 찾은 한국자연정보연구원 조류조사팀은 한국조류보호협회 파주지부 조류팀에 이처럼 죽은 독수리들을 인계했다.
한갑수 한국조류협회 파주지부 회장은 “이번 독수리 참변은 독극물에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자세한 사인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부검결과를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폐사된 독수리 9마리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부검한 결과, 농약(모노크로토포스)을 먹었기 때문으로 판정돼 1차로 농약이 묻은 곡식을 먹고 죽은 조류를 2차로 독수리가 먹고 감염돼 죽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갑수 조류보호협회 파주지회장은 “죽어 있는 독수리 대부분이 목의 먹이주머니가 차있는 상태에서 목주위가 부어 있는 것으로 보여 임진강 일대에서 농약 등 독극물을 먹은 기러기나 청동오리가 휴전선 부근에서 죽자 독수리들이 이를 먹고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해마다 수백마리의 독수리가 휴전선 파주 일대를 찾고 있는 상태에서 특별한 보호대책 없이 천연기념물인 독수리가 죽어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대성동 자유의 마을 유윤목씨(66)는“해마다 독수리들이 죽는 것을 보니 안타깝다”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독수리를 보호하기 위한 연구와 대비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리류에 속하는 독수리는 지난 73년 4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겨울철새로 머리와 목, 꼬리 등을 제외하고는 갈색이며 어린새는 V자 모양의 꼬리가 있고 11월초에 우리나라에 왔다가 이듬해 3월 다시 북쪽으로 이동하며 주로 죽은 짐승의 고기를 먹고 있다.
현재 대성동 자유의 마을 등 민통선에 300여마리의 독수리가 남하해 월동하고 있다.
/파주=고기석기자 koks@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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