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성교육 교재

“열라 짱나”‘몹시 짜증난다’는 뜻이다. 국무총리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펴낸 성교육 교재 ‘십대 우리의 성을 논하다’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청소년들의 언어와 시각에서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남자 친구의 성관계 요구 거절 대목에서는 “난 지금 하고 싶지 않아. 연애에도 급이 있어, 자꾸 니 맘대로 한다면 넌 꽝이야!”라고 해놨다. 피임과 관련해서는 “알고있는 피임법을 모두 떠올려보고 가장 안전한 방법 찾아보기 등을 놓고 수다를 떨어보라’고 했다.

성매매 이야기도 있다. “그땐 한번이고 잊어버릴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 근데 내 기억에 이렇게 오래 남아 있는 걸…가끔 그것 때문에 많이 힘들어”이렇게 원조교제의 체험담을 밝혔다. 교육부와 청소년 및 여성단체의 자문을 거쳐 기획한 것이라고 전한다.

10대 성교재라 하여 도덕교과서처럼 만들 이유가 없는 것은 인정한다. 10대의 호기심을 중심으로 문제를 다룬 의도 역시 좋다. 그러나 꼭 이런 식으로 만들어야 했는가엔 의문이 많다. 우선 언어공해가 심각한 채팅용어를 정부의 제작 교재에 무분별하게 수용한 것부터가 이상하다.

남자친구의 성관계 요구 거절법은 마치 경험자가 내키지 않은 기분 상태를 말하는 것 같아 보인다. 원조교제의 폐해나 피임법 등은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된다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런 교재를 어떻게 배포하여 어떤 방법으로 성교육을 할 것인지는 알수 없으나 성교재이기 보다는 성잡담집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이 빗나가 성교육의 효과가 있기를 바라지만 아무래도 제작방법이 좀 졸렬하다.

어른들 누구나 지난 10대 시절을 생각해보면 그런 것처럼 10대의 성교육은 참으로 난해한 일이긴 하다. 특히 매스 미디어가 극도로 발달해가는 현대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기왕 국비를 들여 기획한 것이라면 비록 청소년들 언어와 시각이라 하여도 여기에 더 사례를 밝히기가 낯 뜨거울 정도의 내용인 게 능사는 아니다. 자문을 했다는 교육부와 청소년 및 여성단체는 어떻게 자문에 응했는지 궁금하다. 청소년보호위원회의 공식 해명을 한번 듣고 싶다.

/임양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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