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이런 ‘지침’시행할 수 있나?

이팔호 경찰청장의 인사지침 보도내용은지침이란 게 사리에 심히 당치 않다는 생각을 갖게한다. 물론 그런 지침을 만든덴 선의의 어떤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은 한다. 하지만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강하면 운용에 문제가 없다할 수 없다. 지방에서 승진한 총경은 본청이나 서울청 진입을 금지한다는 게 인사지침의 요지로 알고 있다. 이 때문에 본청이나 서울청으로 가야 경무관 승진에 우대받는 인사 관행상 지방 총경들이 박탈감을 당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지역순환 보직에도 형평성에 맞다할 수 없다.

대저, 경찰청장이 이런 인사지침이란 걸 만들어 시행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결국 이는 청장의 인사 방침으로 인사방침이 인사규정보다 우위에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승진한 총경의 서울 진입을 금지함으로써 사실상 승진의 길을 봉쇄하는 이같은 지침은 각인의 기회 균등을 강조하는 헌법정신에 위배된다. 승진도 승진이지만 이에 앞서 서울 전보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공무원법이나 경찰공무원법에도 경찰청장에게 이와 같은 인사지침을 만들어 시행할 수 있는 위임 규정이 있다고는 일찍이 듣지 못했다. 똑같은 총경에 지방 승진자와 서울 승진자를 구분하는 것은 참으로 해괴한 처사다. 다같은 국립경찰 공무원으로 이를 구분하는 것은 경찰공무원의 사기에 지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비단 본인 당사자뿐만이 아니다. 서울청을 제외한 지방경찰청 근무자에게 직·간접으로 미치는 영향이 아주 크다.

일부의 경정이나 경감급이 미리 서울 진입을 위해 로비를 벌이는 예가 없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이유가 다 이의 부작용이다. 공무원의 신분보장은 그 범주가 부당한 처우를 받지 않을 권리도 마땅히 포함되는 것으로 믿는다. 설령, 경찰청장의 인사지침이 어떤 근거를 갖는다 하여도 기회 균등을 박탈하는 이같은 편법적 지침은 당연히 무효로 해석돼야 한다는 판단을 갖는다.

이는 서울청을 제외한 전국의 지방청 경찰관들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므로 지역을 가릴 생각은 없다. 이런 가운데나마 수도권의 치안을 맡아 서울보다 열악한 조건속에서, 서울보다 더 많은 치안수요에 여념이 없는 경기·인천청 경찰관들에겐 특히 억울하다고 보아 어떤 조치가 촉구된다. 이미 많이 늦긴 했으나 지금이라도 시정하는 것이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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